매거진

[글다듬기]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해야

by 김세중

가장 잘 어울리는 말끼리 연결시켜야


지금 한반도 안보 위기는 전례 없이 격화돼 있다.

0116 ㅈ일보


'위기'와 '격화되어'는 썩 잘 어울리지 않는다. '격화되다'는 '격렬하게 되다'라는 뜻으로 '격화되어'와 잘 어울리는 말은 '분쟁', '전투', '경쟁' 같은 말이다. 이에 반해 '위기'와 어울리는 말은 '고조되다', '심화되다', '높아지다' 등이다. 별 차이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분명 차이가 있다.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끼리 연결시켜야 한다.


지금 한반도 안보 위기는 전례 없이 고조돼 있다.



'또는'도 일종의 접속


박영수 특검팀과 우 전 수석의 개인적 친분 또는 현 검찰 수뇌부 등 검찰 조직에 미칠 파장 등을 우려해 몸을 사리는 게 아니라면 당장 적극 수사에 나서기 바란다.

0116 ㅎ신문


조사 '과'나 부사 '그리고' 등으로만 접속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또는'도 접속이 이루어지는 한 방편이다. '개인적 친분'과 접속되는 말은 '파장'이다. 그런데 '파장 등을 우려해'라고 한 만큼 '개인적 친분을 우려해'가 말이 되어야 하는데 '개인적 친분을 우려해'는 어색하기만 하다. 따라서 '또는'을 쓰려면 '개인적 친분'에도 어울리고 '파장'에도 어울리는 동사를 사용해야 한다. '고려해'가 양쪽에 다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아니면 '또는'을 쓰지 않고 '개인적 친분을 의식하거나'처럼 표현할 수도 있다.


박영수 특검팀과 우 전 수석의 개인적 친분 또는 현 검찰 수뇌부 등 검찰 조직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몸을 사리는 게 아니라면 당장 적극 수사에 나서기 바란다.


박영수 특검팀과 우 전 수석의 개인적 친분을 의식하거나 현 검찰 수뇌부 등 검찰 조직에 미칠 파장 등을 우려해 몸을 사리는 게 아니라면 당장 적극 수사에 나서기 바란다.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해야


윤 장관의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점은 일본 측 반응에서도 알 수 있다. 일본 언론들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 측 주장에 이해를 나타낸 모양새”라고 보도했다. 당장 소녀상을 치우겠다는 약속은 아닐지라도 일본의 요구를 알고 실천에 옮길 뜻은 확인했다는 것이다. 일본 측은 한발 더 나아가 “윤 장관도 소녀상을 다른 곳에 설치하는 것은 문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국내 시민단체들이 부산 외에 전국 70여곳에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소녀상들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겠다는 뜻을 비친 것이다.

0116 ㄱ신문


'일본 측은 한발 더 나아가 “윤 장관도 소녀상을 다른 곳에 설치하는 것은 문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에서 '비판했다'라고 한 것은 문제가 있다. '비판하다'는 '누구를 비판하다'로 쓰이는 것이 보통인데 '누구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한국을 비판했다는 것인지 윤 장관을 비판했다는 것인지 당장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이어진 문장에서 국내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에 대해 언급했으니 일본 측이 비판한 대상이 국내 시민단체들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비판하다'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려면 누구를 비판했다는 것인지 밝혀 주지 않으면 안 된다. 밝히지 않을 바에는 그냥 '했다'라고 하는 것이 낫다. 문장은 의미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써야 한다.


일본 측은 한발 더 나아가 “윤 장관도 소녀상을 다른 곳에 설치하는 것은 문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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