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뜻을 알기 어려운 문장

by 김세중

과한 표현 삼가는 게 좋아


외국이 시비를 건다고 그때마다 군사정책을 국회 비준 대상으로 올려 따지게 된다면 군사 주권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가 없게 된다. 이것이 선례가 될 경우 나라에 어떤 해악을 끼칠지도 명백하다.

0306 ㅈ일보


'이것이 선례가 될 경우 나라에 어떤 해악을 끼칠지도 명백하다.'는 과한 표현이다. '어떤 해악을 끼칠지'는 의문문 형태인데 '명백하다'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뜻이어서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명백하다'보다는 '뻔히 예상된다', '뻔히 보인다' 같은 표현이 훨씬 자연스럽다. 곧이곧대로 '크나큰 해악을 끼칠 것은 명백하다'라고 하는 것도 알기 쉽다.


이것이 선례가 될 경우 나라에 어떤 해악을 끼칠지도 뻔히 예상된다.


이것이 선례가 될 경우 나라에 크나큰 해악을 끼칠 것은 명백하다.



뜻을 알기 어려운 문장


촛불과 태극기 집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이 숱한 고비들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면서 용케 비폭력을 지켜온 것은 기적적인 일이다. 이런 비폭력 평화집회는 민주화 과정에서 한국 시민이 만들어 온 전설 같은 자부심이 되고 있다.

0306 ㅈ일보


촛불과 태극기 집회는 2016년 10월 29일 이후에 일어난 일들이다. 지난 수개월 동안 폭력 없이 평화롭게 집회가 이루어진 것을 높이 평가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런 비폭력 평화집회는 민주화 과정에서 한국 시민이 만들어 온 전설 같은 자부심이 되고 있다.'는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우선 '한국 시민이 만들어 온'이 '전설'을 꾸미는지 '전설 같은 자부심'을 꾸미는지 분명하지 않다. '전설 같은 자부심'이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글을 쓴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다음과 같이 확 바꾼다면 뜻이 분명해지지 않을까 한다.


이런 비폭력 평화집회는 민주화 과정에서 한국 시민이 쌓아온 전통의 계승으로 우리 국민은 자부심을 가질만하다.



논리적 단계를 차례로 밟지 않고 건너뛰어선 안 돼


이들 정치인이 겉으로는 여론의 압박을 받아 헌재 판결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일주일 뒤 행여 약속을 뒤집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0306 ㅈ일보


위 문장에서 '겉으로는 ... 헌재 판결을 수용한다고 했지만'이 나온 이상 그 다음에는 '앞으로 일주일 뒤 약속을 뒤집고 엉뚱한 행동을 할지 모른다'가 나와야 앞뒤가 잘 호응한다. 그런데 '앞으로 일주일 뒤 행여 약속을 뒤집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가 나왔다. 이 말과 어울리는 말은 '헌재 판결을 수용하겠다고 한 만큼'이다. 위 문장은 논리적 단계를 차례로 밟지 않고 도중에 건너뛰었다. 즉 '이들 정치인이 겉으로는 여론의 압박을 받아 헌재 판결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일주일 뒤 약속을 뒤집고 엉뚱한 행동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해야 할 것을 중간 부분의 '할지 모른다'를 건너뛰고 말았다.



이들 정치인이 겉으로는 여론의 압박을 받아 헌재 판결을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일주일 뒤 약속을 뒤집고 엉뚱한 행동을 할지 모른다. (그래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 정치인이 헌재 판결을 수용하겠다고 한 만큼, 앞으로 일주일 뒤 행여 약속을 뒤집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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