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실수는 안 된다

by 김세중

호응은 기본


이상한 것은 사드 레이더를 목에 가시처럼 여긴다는 중국이 일본 사드를 문제 삼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0309 ㅈ일보


'이상한 것은'으로 문장이 시작된 이상 '~이다'가 나와야 하는데 '들어본 적이 없다'로 끝났다. 호응이 안 이루어지고 있다. '들어본 적이 없다'로 끝내려면 '이상한 것은'을 통째로 들어내고 대신에 '그러나'로 시작하면 된다.


이상한 것은 사드 레이더를 목에 가시처럼 여긴다는 중국이 일본 사드를 문제 삼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드 레이더를 목에 가시처럼 여긴다는 중국이 일본 사드를 문제 삼았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정확한 표현을 써야


재판부는 심리 절차와 선고 내용에 대한 헌법적, 법률적 근거들을 명쾌한 논리로 제시해 일체의 논란 여지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0309 ㅈ일보


'일체(一切)'는 '모든 것'이란 뜻의 말이다. '일체의 논란'은 '모든 논란'이란 뜻이니 말이 되지만 뒤에 '여지'가 붙어서 '일체의 논란 여지'가 되면 뜻이 모호해지고 만다. 따라서 그렇게 쓸 게 아니라 '추호의 논란 여지도 남기지 말아야'라고 하면 뜻이 명확해진다. 논란 여지를 조금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대안으로 단호하게 부정함을 나타내는 '일절'을 써서 '논란의 여지를 일절 남기지 말아야'라고 할 수도 있다.


재판부는 심리 절차와 선고 내용에 대한 헌법적, 법률적 근거들을 명쾌한 논리로 제시해 추호의 논란 여지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재판부는 심리 절차와 선고 내용에 대한 헌법적, 법률적 근거들을 명쾌한 논리로 제시해 논란의 여지를 일절 남기지 말아야 한다.



실수는 안 된다


북한의 ‘인질극’은 고립을 자초하고 유엔 회원국 자격에 대한 국제적인 회의론만 부추길 뿐이다. 김정일 암살 사건 앞에 떳떳하다면 진실부터 밝히면 될 것이다.

0309 ㅈ일보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일어났던 암살 사건과 관련된 논설의 한 구절이다. 암살된 사람은 김정남이지 김정일이 아니다. 김정일은 이미 2011년에 사망했고 이번에 암살된 사람은 김정일의 아들이다. 착각하고 이렇게 썼겠지만 독자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글을 쓰고 난 뒤 실수가 없었는지 늘 살펴봐야 한다.


김정남 암살 사건 앞에 떳떳하다면 진실부터 밝히면 될 것이다.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려운 문장


법적 권위를 무시하고 불복을 획책하는 언사와 행동은 법치주의를 위배하는 일이다. 법이라는 게 입맛과 구미에 따라 수용과 불복을 오락가락한다면 누가 따르겠는가. 탄핵심판의 결과에 따라 정의와 불의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행동으로 분열을 획책하는 행태는 자제하고 막아야 한다.

0309 ㅈ일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하루 앞두고 나온 사설 일부다. 탄핵에 찬성하는 측이든 반대하는 측이든 헌재의 결정에 따라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세 문장 다 문제가 있지만 특히 두번째 문장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수용과 불복을 오락가락한다면 누가 따르겠는가'라고 했는데 '수용과 불복을 오락가락한다면'에는 주어가 없고 '누가 따르겠는가'에는 목적어가 없다. 그래서 누가 무엇을 따르지 못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법이라는 게'의 '법'도 무슨 법을 가리키는지 모호하다. 적어도 위 세 문장 중에서 두번째 문장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없어야 오히려 뜻이 분명해진다. 그리고 '법치주의를 위배하는'보다 '법치주의에 반하는'이 자연스럽다.


법적 권위를 무시하고 불복을 획책하는 언사와 행동은 법치주의에 반하는 일이다. 탄핵심판의 결과에 따라 정의와 불의라는 이분법적 사고와 행동으로 분열을 획책하는 행태는 자제하고 막아야 한다.



주어 없으면 뜻이 모호하다


민주당은 유력 대선 주자들이 포진하고 있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집권 가능성이 큰 정당이다. 그럼에도 사드에 대처하는 민주당의 경직된 안보 인식 때문에 흔쾌히 민주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판이다.

0309 ㄷ일보


'흔쾌히 민주당을 지지하지 못하는'에서 '지지하지'의 주어가 없다. 누가 지지하지 못한다는 것인지가 나타나 있지 않다. 아마도 '많은 국민이' 또는 '상당수 국민이' 정도가 생략된 주어일 것이다. 그러나 독자로 하여금 생략된 주어가 무엇일까 추론하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독자에게 불편을 끼치기 때문이다. '흔쾌히 민주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이라고 하면 주어와 서술어가 반듯이 갖추어지고 뜻도 명확해진다.


그럼에도 사드에 대처하는 민주당의 경직된 안보 인식 때문에 흔쾌히 민주당을 지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판이다.



지시어를 적절하게 선택해야


교육부가 어떤 검은 거래를 했는지는 이제 검찰이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공정성에 금이 간 재정지원사업은 존속할 수 없고 교육부 폐지론까지 한층 힘을 얻을 것이다.

0309 ㄷ일보


'그렇지 않고는'으로 두 문장을 연결했는데 앞 문장이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와 같은 동사구로 끝난 만큼 동사를 받는 '그러다'를 써서 '그러지 않으면' 또는 '그러지 않고는'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낫다. '그렇다'는 형용사를 받을 때 잘 어울린다.


교육부가 어떤 검은 거래를 했는지는 이제 검찰이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공정성에 금이 간 재정지원사업은 존속할 수 없고 교육부 폐지론까지 한층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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