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호응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비문 안 돼

by 김세중

정확한 표현을 해야


헌법재판소가 오늘 11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선고한다.

0310 ㅈ일보


'탄핵심판 사건을 선고한다'고 해도 무슨 뜻인지 모를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건을 선고하다'는 일반적으로 잘 어울리는 결합이 아니다. 가장 잘 어울리는 말끼리 단어를 배열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를 한다',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를 내린다', '탄핵심판에 관해 선고한다' 등이 대안이 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오늘 11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를 한다.



무리한 의인화를 하기보다


우리는 시 주석이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북아 시대를 여는 결정적 역할을 해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중국을 만든 위대한 정치가로 기록되기를 희망한다.

0310 ㅈ일보


'존경을 받는' 대상은 보통 사람이지 국가이기는 어렵다. 의인화해서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리 자연스럽지 않다.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중국'보다는 '세계로부터 존중 받는'과 같은 표현이 무난하다 할 것이다.


우리는 시 주석이 새로운 한반도, 새로운 동북아 시대를 여는 결정적 역할을 해 세계로부터 존중 받는 중국을 만든 위대한 정치가로 기록되기를 희망한다.



호응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비문 안 돼


대통령이나 다수당의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s)’가 아니라 ‘법의 지배(rule of laws)’ 즉 법치로, 헌재를 그 법치의 보루로 우뚝 세운 게 우리의 현대사다.

0310 ㅈ일보


위 문장에서 '대통령이나 다수당의 '법에 의한 지배'가 아니라 '법의 지배' 즉 법치로'는 그 뒤에 이 말과 호응할 말이 없다. 따라서 비문이다. '법치로'가 아니라 '법치를 우선으로 하고' 정도로 해야만 이 말이 뒤에 나오는 '우뚝 세운'과 접속을 이루어 문장이 문법적이게 된다.


대통령이나 다수당의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s)’가 아니라 ‘법의 지배(rule of laws)’ 즉 법치를 우선으로 하고, 헌재를 그 법치의 보루로 우뚝 세운 게 우리의 현대사다.



문맥에 가장 적합한 말을


대한민국 정치는 비정상적이던 과거는 고사하고 21세기 들어서도 ‘실종 상태’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파행적 행태를 거듭해 왔다.

0310 ㅈ일보


'고사하고'는 '배불리 먹기는 고사하고 굶어 죽을 판이다'라든지 '수석은 고사하고 합격도 못 했다' 등과 같이 쓰인다. 위 예에서 '과거'와 '21세기'를 대비했는데 이때는 '고사하고'보다는 '물론이고'가 더 잘 맞다. 문맥에 가장 적합한 말을 써야 함은 물론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비정상적이던 과거는 물론이고 21세기 들어서도 ‘실종 상태’란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파행적 행태를 거듭해 왔다.



냉소적 표현보다 중립적 표현이 낫다


다당구도나 국회선진화법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또 한 번 무능을 과시하는 것일 뿐이다.

0310 ㅈ일보


위 문장은 별로 문제 없다고 보고 지나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능을 과시하는'부터 거부감이 느껴진다. '과시'는 자랑해 보이는 것인데 무능을 자랑해 보일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능을 과시하는'에는 냉소적인 느낌이 들어 있다. 이를 피하려면 '무능을 드러낼'과 같은 중립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낫다. 그리고 '~것은 ~것이다'처럼 '것'을 연거푸 쓴 것도 권장할 만하지 않다. '돌리는 것은' 대신 '돌리면'이라고 할 수 있고 '무능을 과시하는 것일' 대신 '무능을 드러낼'이라고 하면 된다.


다당구도나 국회선진화법 탓으로만 돌리면 또 한 번 무능을 드러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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