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불필요한 인용 말아야

by 김세중

불필요한 인용 말아야


비록 갈등은 컸으나 우리가 법 절차에 따라 난제를 매듭지었다는 것은 법치와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0311 ㅈ일보


'매듭지었다는 것은'은 '매듭지었다고 하는 것은', 즉 '매듭지었다고 말하는 것은'이 줄어든 꼴이다. '매듭지었다고 말하는 것'이 '법치와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수는 없다. '매듭지은 것' 자체가 '법치와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매듭지었다는 것은'이 아니라 '매듭지은 것'이라고 해야 한다. 불필요한 인용은 뜻을 불분명하고 모호하게 한다.


비록 갈등은 컸으나 우리가 법 절차에 따라 난제를 매듭지은 것은 법치와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해를 낳는 표현 피해야


탄핵 찬·반 두 세력이 점차 커지면서 끝내 분단으로 귀결된 해방 직후 상황을 떠올리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0311 ㅈ일보


이 문장에서 '탄핵 찬·반 두 세력이 점차 커지면서'는 '끝내 분단으로 귀결된'과 호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글쓴이의 의도는 그게 아니어 보인다. '탄핵 찬·반 두 세력이 점차 커지면서'는 '해방 직후 상황을 떠올리게'와 호응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해방 직후 상황은 신탁통치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두고 친탁과 반탁 세력이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이미 남북으로 분단은 된 후였다. '탄핵 찬·반 두 세력'이 대립한 것은 2016년 말과 2017년 초의 일이고 해방 직후 상황은 1945년 직후의 일이다. 전혀 다른 시기의 일들이다. 따라서 독자의 이해에 혼란을 낳지 않으려면 '끝내 분단으로 귀결된'은 들어내는 것이 좋다. 굳이 넣는다면 '분단이 굳어진' 또는 '신탁통치 찬반 대립 후 분단이 굳어진' 등과 같이 표현해야 오해를 막을 수 있다.


탄핵 찬·반 두 세력이 점차 커지면서 (신탁통치 찬반 대립 후 분단이 굳어진) 해방 직후 상황을 떠올리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용'할 필요가 없을 때가 있다


대선후보들에게는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불행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으로 리셋해야 한다는 의무가 새롭게 주어졌다.

0311 ㅈ일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으로 리셋해야 한다는 의무'에서 '한다는'은 '하는'이라고 해야 더 간결하고 알기 쉽다. 뜻이 분명해진다. '한다는' 다음에는 '의무'보다 '말', '주장', '생각', '견해' 따위와 같은 말이 어울린다. '한다는'은 '한다고 하는'이 줄어든 꼴로서 '인용'의 뜻이 들어 있다. '의무'에는 '인용'이 불필요하다.


대선후보들에게는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불행을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으로 리셋해야 하는 의무가 새롭게 주어졌다.



어울리지 않는 말끼리 연결하지 말아야


이번에는 대선후보들이 자신의 자질을 유권자들에게 투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전임자와는 다른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0311 ㅈ일보


'전임자와는 다른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사실'에서 '전임자와는 다른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과 '사실'은 서로 잘 어울리지 않는다. '될 것이라는'은 확정되지 않은 예측이요, '사실'은 이미 확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전임자와는 다른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과 잘 어울리는 말은 '말', '주장', '예언', '예측' 등과 같은 말이다. 위 문맥에서는 ''이 더 어울린다. 아예 '전임자와는 다른 대통령이 될 것임을'이라고 하는 것도 좋다.


전임자와는 다른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을 증명해야 한다.


전임자와는 다른 대통령이 될 것을 증명해야 한다.



보조사를 쓸 때는 신중하게


헌재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으로 법치를 바로 세운 만큼 누구도 유혈 시위로 목적을 관철하겠다는 꾸지 말아야 한다.

0311 ㄷ일보


'누구도 유혈 시위로 목적을 관철하겠다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에서 '꿈도'의 '도'는 왜 쓰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조사 '도'는 어떤 것 외에 다른 것을 추가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위 문맥에서 미리 다른 어떤 꿈이 언급되지 않았는데 ''라고 했다. 그러므로 보조사 '도'를 쓸 게 아니라 ' 꾸지 말아야'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글쓴이의 의도가 '유혈 시위로 목적을 관철하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함을 말하는 것이라면 '누구도 유혈 시위로 먹적을 관철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즉 '생각은' 따위와 같은 말을 보충해야 한다.


헌재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으로 법치를 바로 세운 만큼 누구도 유혈 시위로 목적을 관철하겠다는 꾸지 말아야 한다.


헌재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으로 법치를 바로 세운 만큼 누구도 유혈 시위로 목적을 관철하겠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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