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선명하게 표현하지 않을 이유 없다

by 김세중

선명하게 표현하지 않을 이유 없다


한·미 FTA는 애초 '이익의 균형' 원칙에 따라 설계됐기 때문에 어느 쪽에 더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일이지만 한국 경제에 득이 됐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을 공언하는 것 자체가 긴 설명이 필요 없음을 보여준다.

0314 ㅈ일보


'어느 쪽에 더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일이지만'이 나온 이상 그 다음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쪽에 더 유리하다는 말이 나와야 정상이다. 그런데 '한국 경제에득이 됐음을' 아니라 '한국 경제에 득이 됐음을'이 나와서 예상과 어긋났다. '더' 없이 '한국 경제에 득이 됐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라고 말하려면 그 앞에 '한국 경제에 득이 됐는지를 따지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일이지만' 같은 말이 나와야 맞다. 앞에 말한 내용과 반대되는 내용을 말할 때 쓰는 연결어미 '-지만' 때문이다. 아니면 '어느 쪽에 더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일이고' 같은 말이 나와도 좋다. 그런데 다음 문장인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을 공언하는 것 자체가 긴 설명이 필요 없음을 보여준다.'를 보면 글쓴이가 역설하려고 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 득이 됐음을'임이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한국 경제에 득이 됐음을'이라고 해야 앞뒤가 자연스럽게 호응한다. 왜 선명하게 표현하지 못하는가. '더'를 굳이 숨길 이유가 없어 보인다. '더'를 넣지 않아도 독자가 알아서 보충해 이해해주기를 바랐는지 모르겠지만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한·미 FTA는 애초 '이익의 균형' 원칙에 따라 설계됐기 때문에 어느 쪽에 더 유리한지를 따지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일이지만 한국 경제에 득이 됐음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을 공언하는 것 자체가 긴 설명이 필요 없음을 보여준다.



정확한 어휘 구사


하지만 그가 전직 대통령의 자격으로 역사와 민심의 심판을 받은 친박 세력과 또 다시 무리지어 무언가 도모한다는 것은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요 조롱이 아닐 수 없다. 자기 잘못을 도대체 인정하지 않으려는 박 전 대통령의 행태를 돌이켜보면 ‘사법 투쟁’과 함께 대선 정국에서 영향력의 행사는 물론 대선 후 정치 재개를 포함한 ‘사저 정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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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 후 보이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의 행태를 비판하는 논설이다. 그런데 위 글에서 '돌이켜보면'은 적확한 어휘 선택이라고 하기 어렵다. '돌이켜보다'는 '지난 일을 다시 생각해보다'라는 뜻의 말이다. 탄핵 선고가 나고 자택으로 돌아온 직후에 생긴, 즉 지금 막 벌어진 일을 두고 '돌이켜보면'이란 말을 쓴 것은 읽는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그냥 '보면'이라고 하면 된다. 굳이 보태자면 '살펴보면'이나 '관찰해보면' 같은 말을 쓸 수는 있다.


자기 잘못을 도대체 인정하지 않으려는 박 전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사법 투쟁’과 함께 대선 정국에서 영향력의 행사는 물론 대선 후 정치 재개를 포함한 ‘사저 정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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