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정확한 표현이 아쉽다

by 김세중

보조사 남발 말아야


이제 황 총리는 정치 부담을 벗어던진 만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 중대한 시기에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 흔들림 없이 해 나가야 한다.

0316 ㅈ일보


한 문장 안에서 같은 보조사가 두 번 사용됐다. '황 총리'의 '는'과 '해야 할 일'의 '은'은 같은 보조사다. 꼭 필요한 경우라면 한 문장 안에서 같은 보조사를 두 번 쓸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한 문장 안에서 '은/는'이 두 번 쓰이면 뜻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위 예에서도 '해야 할 일은'의 '은'이 왜 쓰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다른 일들은 흔들림 없이 해나가지 않아도 되는데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만큼은 흔들림 없이 해 나가야 한다는 뜻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따라서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고 하는 것이 적절하다. 보조사는 필요한 때만 쓰고 남발하지 않아야 한다.


이제 황 총리는 정치 부담을 벗어던진 만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 중대한 시기에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 흔들림 없이 해 나가야 한다.



목적어에 맞는 동사 선택


그런 만큼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은 국가원수가 궐위된 헌정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의무를 이행한 데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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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당연한 의무'는 '당연한 의무를 해야 할'에서 '해야 할'을 '당연한 의무' 앞으로 옮겨서 수식한 꼴이다. 그런데 '당연한 의무를 해야 할'이 문제다. '의무를 하다'가 어색하기 때문이다. '의무를 다하다', '의무를 이행하다', '의무를 지다' 따위는 자연스럽지만 '의무를 하다'는 좀처럼 쓰지 않는다. 따라서 적절한 다른 말로 바꿀 필요가 있다. '해야 할 당연한 의무' 대신에 '지는 당연한 의무'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 만큼 황 대행의 불출마 선언은 국가원수가 궐위된 헌정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지는 당연한 의무를 이행한 데 지나지 않는다.



과장은 곤란하다


전직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는 건 노태우·전두환·노무현에 이어 네 번째다. 수십 년 간격으로 반복되는 국가 최고지도자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국가적 비극이자 흑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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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아 사법적으로 단죄되는 게 '수십 년 간격으로 반복'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표현은 지나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노태우, 전두환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1993년에 시작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는 2009년에 있었다. 따라서 각각 16년과 9년만이다. 16년만도 수십 년 간격이라고 하기 어려운데 9년만은 더더욱 수십 년 간격이라고 할 수 없다. '수십 년 간격으로 반복되는'은 과장이 아닐 수 없다. 밋밋해 보이겠지만 '자꾸만 반복되는'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온당해 보인다.


자꾸만 반복되는 국가 최고지도자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국가적 비극이자 흑역사다.



정확한 표현이 아쉽다


당장 우려되는 건 소환조사 및 구속영장 청구 여부 때 일어날지 모르는 불상사다.

0316 ㅈ일보


'구속영장 청구 여부 때'라고 했는데 '청구 때'는 자연스러워도 '청구 여부 때'는 그렇지 않다. '여부'와 '때'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때' 앞에는 행위나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 와야 한다. 따라서 '구속영장 청구 여부 때' 대신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무난하다. 정확한 표현을 써야 한다.


당장 우려되는 건 소환조사 및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해 일어날지 모르는 불상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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