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비교는 비교 대상이 뚜렷할 때

by 김세중

비교는 비교 대상이 뚜렷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대선 기간 중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 있다는 듯한 의미의 말을 한 적이 있다. 한국, 일본이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것보다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관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공무원은 우리 사회에서 특수 대접을 받는 사람들이다. 국민연금보다 유리한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고, 정년 때까지 신분 보장이 된다. 이제는 급여도 웬만한 기업 못지않아 선망되는 직업이다. 이들이 국민에게 봉사할 생각보다는 이익집단화 하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거기에 영합하는 것은 국가나 국민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0321 ㅈ일보


조사 '보다'는 비교할 때 쓰는 말이다. 비교를 하려면 무엇과 무엇을 비교하는지가 뚜렷해야 한다. 위 예에서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것보다'라고 했는데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것'과 비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인지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것'인지가 모호하다. 문장 자체만 놓고 보면 후자이다. 그러나 글쓴이의 의도는 그게 아니고 전자다. 그러나 전자의 뜻을 나타내려면 문장이 매우 복잡해진다. 즉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것보다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을 허용하는 에 관대할 것이라고'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문장이 너무 길어져서 이해하기 곤란할 정도이다. 따라서 애초에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것보다'라고 하지 말았어야 했다. 즉 비교를 할 게 아니라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지 않고'라고 했다면 간단했다.


다음 문장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에게 봉사할 생각보다는 이익집단화하고'에서 비교를 나타내는 조사 '보다'가 쓰였지만 역시 '국민에게 봉사할 생각'과 비교되는 말이 무엇인지 나타나 있지 않다. 따라서 비교를 가리키는 조사 '보다'를 쓸 일이 아니다. '국민에게 봉사할 생각은 않고'나 '국민에게 봉사할 생각은 하지 않고'라고 하면 된다.


한국, 일본이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허용하는 것에 관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들이 국민에게 봉사할 생각은 않고 이익집단화 하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거기에 영합하는 것은 국가나 국민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 아니라' 쓸 때는 호응을 생각해야


정책도 전체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지지층의 의사가 반영되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

0321 ㅈ일보


'~이 아니라'가 쓰인 이상 '~이 아니라'에 호응하는 '그 무엇'이 나올 것이 기대되는데 '특정 지지층의 의사가 반영되는 쪽'이 나와 기대에 어긋났다. 그 정도의 어긋남은 용인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더 깔끔하게 문장을 쓰고 싶다면 다듬을 필요가 있다. '전체 국민이 아니라'라고 할 수 있다. '전체국민의 의사가 아니라 특정 지지층의 의사가 반영되는 쪽으로'가 줄어든 꼴이다. 혹은 '전체 국민을 위하지 않고'라고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느 경우도 원래의 문장에 비하면 문법적으로 흠결이 없다.


정책도 전체 국민이 아니라 특정 지지층의 의사가 반영되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


정책도 전체 국민을 위하지 않고 특정 지지층의 의사가 반영되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



같은 보조사 거푸 사용 말아야


따라서 이제 대선주자들 부대 방문을 스스로 책임지고 자제해야 한다.

0321 ㅈ일보


'따라서 이제는 대선주자들은 부대 방문을 스스로 책임지고 자제해야 한다.'에서 보조사 '는/은'이 연이어 사용되었다. 같은 보조사가 한 문장 안에서 거푸 사용되면 뜻을 이해하는 데 혼란을 느낀다. 피해야 할 일이다. 굳이 같은 보조사를 연이어 사용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이제는'의 '는'은 빼더라도 충분히 뜻이 전달된다. '이제는'을 굳이 쓴다면 '대선주자들은'을 '대선주자들이'로 바꿔야 문장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이제 대선주자들 부대 방문을 스스로 책임지고 자제해야 한다.


따라서 이제 대선주자들 부대 방문을 스스로 책임지고 자제해야 한다.


아래 문장에서도 같은 보조사 '은'이 거듭 사용되어서 혼란을 준다.


정 원내대표 홍 지사의 주장을 그대로 가져와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싸잡아 비난한 것 당이 전면에 나서 보수 대 진보의 대립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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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내대표'의 ''은 쓰지 말았어야 한다. 위 문장의 주어이자 주제어는 '정 원내대표가 홍 지사의 주장을 그대로 가져와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싸잡아 비난한 것'으로 마지막의 '' 다음에 주제를 나타내는 보조사 ''을 쓰면 된다.


정 원내대표 홍 지사의 주장을 그대로 가져와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싸잡아 비난한 것 당이 전면에 나서 보수 대 진보의 대립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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