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의아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야

by 김세중

의아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야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하 사건 처리를 미룸으로써 생길 수 있는 혼란은 피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 탄핵 찬·반 진영으로 갈려 극단으로 치달았던 갈등이 검찰청사 앞에서 재연될 수도 있다. 결국 구속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어느 쪽으로 가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검찰이 무거운 짐을 졌다.

0322 ㅈ일보


첫 문장인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하되 사건 처리를 미룸으로써 생길 수 있는 혼란은 피해야 한다.'에서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하되'의 '하되'가 그 다음에 나오는 말과 잘 맞지 않아 보인다.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하는 것과 사건 처리를 미루는 것은 무슨 관계인가?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하는 것은 사건 처리를 미루지 않음을 뜻하는 게 상식적이 아닐까. 그런데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하되'라고 함으로써 마치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하면 사건 처리를 미루는 것으로 이해되게 썼다. '하되'가 아니라 '해서'나 '하여'라고 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중립적으로 '하고'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구속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에서 '관건'이란 말이 쓰였는데 '관건'은 '무엇의 관건'처럼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무엇의'가 빠져 있다. 아마 '갈등이 재연되느냐의'가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독자로 하여금 추론하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략하지 않고 드러내 보일 필요가 있다.


그 다음 문장은 '어느 쪽으로 가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인데 누가 누구를 비난한다는 것인지가 나타나 있지 않다. 문맥에 비추어 볼 때 검찰에 대한 비난임이 분명하지만 누가 비난한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구속이 된다면 구속을 반대하는 측이 비난할 것이고 구속되지 않는다면 구속을 주장하는 측이 비난할 것이기는 하다. 문제는 앞 문장에서 구속 여부가 갈등 재연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해 놓고 이어지는 문장에서는 어느 쪽으로 가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하니 앞뒤가 맞아 보이지 않는다.


위 예에서 근본적으로 '사건 처리를 미룸으로써'가 왜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무릇 글은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써야 한다. 독자에게 의아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왕이면 정확한 표현을


박 전 대통령은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이며 적극적인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

0322 ㅈ일보


'적극적인 방어권을 행사해야'와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해야'는 뜻이 다르다. '적극적인 방어권'은 방어권이 적극적이라는 뜻이고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해야'는 '방어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적극적인 방어권이 있고 적극적이지 않은 방어권이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적극적인 방어권을 행사해야'라고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해야'라고 해야 한다. 둘 다 마찬가지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왕이면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바람직하다.


박 전 대통령은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이며 적극적으로 방어권을 행사해야 한다.



무리한 줄임은 곤란


전날 변호인단이 예고한 대국민 메시지와는 달리 불과 29자, 단 8초짜리 두 문장이다.

0322 ㄷ일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짤막하게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말한 것과 관련한 논설이다. '전날 변호인단이 예고한 대국민 메시지와는 달리'라고 했는데 전날 변호인단이 예고한 대국민 메시지가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이 이런 표현을 썼다. 만일 전날 변호인단이 예고한 대국민 메시지가 분량에 관해 꽤 구체적이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전날 변호인단이 예고한 대국민 메시지와는 달리'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하기 어렵다. 한정된 지면에 압축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그렇게 줄여서 표현했으리라 짐작되지만 지나쳤다. '전날 변호인단이 예고한 대국민 메시지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또는 '전날 변호인단이 예고한 대국민 메시지라고 하기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이라고 했어야 한다.


전날 변호인단이 예고한 대국민 메시지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불과 29자, 단 8초짜리 두 문장이다.



앞뒤가 맞아야 한다


안 지사 측은 1위를 차지하거나 접전 양상을 보이면 두 번째 경선지인 충청에선 역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0322 ㄷ일보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국민경선을 앞두고 쓴 사설 한 대목이다. 호남에서 1위를 차지하거나 접전 양상을 보이면 두 번째 경선지인 충청에선 역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는데 안희정 지사가 호남에서 1위를 차지하면 두 번째 경선지인 충청에선 역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할 수 없다. 1위를 굳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해야 맞다. 앞뒤가 맞게 써야 한다. 그러자면 '1위를 차지하거나 접전 양상을 보이면'이 아니라 '1위에 근접하는 접전 양상을 보이면'이라고 해야 한다.


안 지사 측은 1위에 근접하는 접전 양상을 보이면 두 번째 경선지인 충청에선 역전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일 '1위를 차지하거나'를 굳이 살리고자 한다면 이어지는 말은 달라져야 한다. 다음은 한 대안이다.


안 지사 측은 1위를 차지하거나 접전 양상을 보이면 두 번째 경선지인 충청에선 1위를 확고히 굳히거나 역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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