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논리 전개는 정연해야

by 김세중

앞뒤와 맞는 시제 사용해야


문 대통령이 겸허한 자세로 성공한 대통령의 길을 걷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0524 ㅈ일보


'성공한 대통령의 길을'은 '성공한' 때문에 이미 이루어진 일을 뜻한다. 그런데 그 뒤에는 앞으로 어떻게 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걷기를 바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더구나 '겸허한 자세로'까지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방법까지 제시했다. 요컨대 '성공'은 앞뒤와 맞지 않게 시제를 사용한 예다. '성공한 대통령의 길'이 아니라 '국민 통합 대통령의 길'이나 '국민의 지지 받는 대통령의 길' 따위와 같이 써야 앞뒤와 어긋나지 않는다. 아니면 좀 길어지더라도 '겸허한 자세로 직무를 수행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겸허한 자세로 국민 통합 대통령의 길을 걷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문 대통령이 겸허한 자세로 직무를 수행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고 기대한다.



'농락(籠絡'과 '농단(壟斷/隴斷)'의 차이


국정 농락 사건이 아니었더라면 지금도 대통령이었을 사람이 법정 피고인석에 앉았고 '피고인'으로 불렸다.

0524 ㅈ일보


'농락(籠絡)'은 국어사전에서 '을 교묘한 꾀로 휘잡아서 제 마음대로 놀리거나 이용함'이라 뜻풀이되어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을 뜻한다. '국정 농락'의 '국정'은 사람이 아니다. 이에 반해 '농단(壟斷/隴斷)'은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이르는 말로서 '국정 농단'은 자연스럽다. '국정 농락 사건'이 아니라 '국정 농단 사건' 또는 '국기 문란 사건'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 할 것이다.


국정 농단 사건이 아니었더라면 지금도 대통령이었을 사람이 법정 피고인석에 앉았고 '피고인'으로 불렸다.



미래 일에 대해 과거 시제 쓸 필요 없어


검찰이 대통령의 충견이 돼 부린 행패는 경찰이 수사권을 잡을 경우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0524 ㅈ일보


앞으로 경찰이 수사권을 잡을 경우 벌어질 일에 대한 우려를 담은 문장이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 말하면서 '더했으면 더했지'라고 과거 시제를 사용했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자칫 혼란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 '더하면 더하지'라고 해야 뜻이 명확해진다.


검찰이 대통령의 충견이 돼 부린 행패는 경찰이 수사권을 잡을 경우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논리 전개는 정연해야


박 전 대통령이 20여 년 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바로 그 법정에 서게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런 국가적 비극이 더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법원은 오로지 증거와 양심에 따라 진실을 가려내고, 법리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번 '세기의 재판'이 주는 교훈이 후대 대통령들에게 약이 되기를 바란다.

0524 ㅈ일보


위 글은 네 문장으로 되어 있다. 주장은 수긍할 수 있으며 문장과 문장의 연결은 논리적인가? 첫 문장부터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이 20여 년 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바로 그 법정에 서게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라고 했는데 2017년 박 전 대통령과 20여 년 전 전두환, 노태우 두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로 같은 법정에 선 것이 왜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우연일 수 있을지언정 아이러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는 모순이나 부조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셋째 문장인 '그러려면 법원은 오로지 증거와 양심에 따라 진실을 가려내고, 법리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이 앞 두 문장에 따라 도출될 수 있는가? '그러려면'은 '이런 국가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이다. 이는 마치 20여 년 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 법원이 증거와 양심에 따라 진실을 가려내지 않고, 법리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선 것처럼 들린다. 그렇게 봐야 할 근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으면서 말이다. 따라서 '그러러면'은 없어야 마땅하다. 논리적 인과관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그러려면' 같은 말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 첫 문장과 둘째 문장은 아래에 보이는 것처럼 한 문장으로 합치는 것이 좋다. '그러려면' 대신에 '앞으로'로 충분하다.


박 전 대통령이 20여 년 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바로 그 법정에 서게 된 것은 국가적 비극으로 더는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앞으로 법원은 오로지 증거와 양심에 따라 진실을 가려내고, 법리에 따른 합당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이번 '세기의 재판'이 주는 교훈이 후대 대통령들에게 약이 되기를 바란다.



문맥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를 선택해야


고인이 돼 8주기를 맞은 노 전 대통령은 친구이자 비서실장이던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정치적으로 복귀했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불행하게 삶을 마감한 노 전 대통령의 과거는 이제 ‘노무현의 꿈’으로 다시 태어났다.

0524 ㄷ일보


'노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복귀했다'고 했는데 노 전 대통령은 고인이다. 8년 전에 서거했다. 고인에 대해 '정치적으로 부활했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정치적으로 복귀했다'는 썩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하기 어렵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8주기 추도 행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겠다”고까지 한 마당에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복귀했다'고 한 것은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 '복귀했다'는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어감을 풍기는 데 반해 '부활했다'는 수사적인 표현으로 문맥에 더 맞아 보인다.


고인이 돼 8주기를 맞은 노 전 대통령은 친구이자 비서실장이던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정치적으로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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