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다듬기] 적절한 단어 선택이 문장을 명료하게

by 김세중

'아니면'은 반대 상황을 가리킬 때 써야


문 대통령은 인사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자 '인수위 기간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지나가려 한다. 하지만 사실은 문 대통령이 '5대 원칙'을 공약할 때부터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지킬 수 없는 것을 약속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거나 아니면 '우리는 달라서 문제가 없을 것'이란 오해를 한 것이다.

0530 ㅈ일보


'지킬 수 없는 것을 약속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거나 아니면 '우리는 달라서 문제가 없을 것'이란 오해를 한 것이다.'에는 의아함을 느끼게 하는 점이 여럿이다. '약속하'이라고 했는데 현재를 가리키는 '-는'을 쓴 것부터 그렇다. 문장 끝에는 '오해를 것이다'라고 과거시제를 써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약속하는' 대신 '약속한'이라고 해야 자연스럽게 읽힌다. '현실을 모르거나 아니면'이라고 했는데 '아니면' 때문에 '현실을 알지만' 정도가 숨어 있다. 그러나 이어서 나온 ''우리는 달라서 문제가 없을 것'이란 오해를 한'은 현실을 모른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아니면'이 쓰일 자리가 아니다. 따라서 '현실을 모르거나 아니면'이 아니라 '현실을 모르고'라고 해야 모순이 생기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도 틀리다고 할 수 없지만 '오해를 했기 때문이다'라고 할 때 더욱 뜻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킬 수 없는 것을 약속한 것은 현실을 모르고 '우리는 달라서 문제가 없을 것'이란 오해를 한 것이다.



주어를 밝혀주는 게 좋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혹시 압도적인 국민 지지율에 취해 국회를 몰아붙이고 자기 식으로 상황을 끌어갈 수 있다는 오만한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0530 ㅈ일보


이 문장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로 끝났다. '돌아보기'의 주어가 무엇인지 살피게 되는데 문맥상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어로 보인다. 그러나 문장 첫머리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이고 '에' 때문에 부사어로서 '오만한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는'과만 호응한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청와대'이라고 하면 '돌아보기'의 주어도 되면서 '오만한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는'과도 호응하므로 양쪽을 다 만족시킨다. 주어는 생략하기보다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 낫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혹시 압도적인 국민 지지율에 취해 국회를 몰아붙이고 자기 식으로 상황을 끌어갈 수 있다는 오만한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적절한 단어 선택이 문장을 명료하게 한다


김 후보자는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때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다. 통진당은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무시하고 헌법상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추종한 정당이다. 헌법재판관이 소수의견을 자주 냈다고 문제를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헌재소장이 헌법 해석에서 양극단의 판단을 내린다면 걱정스럽다.

0530 ㄷ일보


'다른 사람도 아닌 헌재소장이 헌법 해석에서 양극단의 판단을 내리면'이라고 했는데 '양극단의 판단'이 무슨 뜻인지 혼란을 느끼게 한다. '양극단의 판단'은 '두 가지 서로 상반된 판단'으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두 가지 서로 상반된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앞 문장들을 살펴볼 때 '양극단의 판단'이 아니라 '극단적 판단'이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한다. '양극단의'와 '극단적'은 뜻이 전연 다르다. 적절한 단어를 사용해야 문장의 뜻이 명료해진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헌재소장이 헌법 해석에서 극단적 판단을 내린다면 걱정스럽다.

매거진의 이전글[글다듬기]  주어와 서술어는 서로 호응하는 말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