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뱅킹은 송금이 아니다
비트코인 핵심 가치: 변제의 최종성과 중립성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바로 변제의 최종성과 중립성이다.
변제의 최종성이란 추가적인 장치 없이 스스로 최종적으로 계약을 성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가령 A가 B에 송금한다고 해보자. A가 B에 돈을 보내면 A의 은행 장부와 B의 은행 장부에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숫자만 바뀌기 때문에 실물 자산이 직접 이동하지는 않는다.
은행들은 이런 작은 거래 장부들을 잘 모았다가 일정 시기에 서로에게 변제를 하며 실제 자산을 이동시킨다.
송금이 변제의 최종성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는 송금 즉시 소유권과 함께 자산이 "물리적으로" 이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금도 마찬가지다.
실제 금은 은행이 가지고 있고 보통 구매자는 금의 소유권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은 엄연히 따지자면 은행이라는 제3기관을 "신뢰" 하므로 가능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그 문제를 완벽히 해결한다. 클릭 한 번에 자산의 소유권과 그 자산 자체가 이동한다. 또한 복사본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변제의 최종성에 부합한다.
이처럼 중재자의 도움 없이 네트워크 위에서 "가치물" 그 자체가 이동한다는 개념을 이해하면 비트코인이 불러올 금융 혁신에 대해 알 수 있다.
중립성의 가치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러우 전쟁 때 보여준 스위스의 반중립적 성향 때문인지, 스위스 은행과 자산들이 위태롭다.
과거 스위스는 거물들이 안전하게 돈을 믿고 예치할 수 있는 "중립성"이라는 가치를 통해 그 위상을 유지해 왔는데, 러시아 자금 동결과 경제적 제재를 참여하면서 그 신뢰가 깨져버렸다.
여기서 또 비트코인은 빛을 발한다. 비트코인은 누가 어디로 어떻게 돈을 보내던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프로토콜"이다. 거래를 감시하고 관리하고 동결하는 "중앙 주체"가 없는 탈중앙 형태의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도덕적 규제와 해악에서 벗어난다.
개인 지갑에 잘 넣어두면 정부도 함부로 뺏을 수 없고 마음대로 자산을 동결하거나 발행량을 늘릴 수 없다.
이런 중립성이 나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반문할 수 있겠다. 달러를 예로 들어보자. 브레턴우즈 체제를 통해 기축통화의 지위를 얻은 달러는 닉슨 쇼크 이후에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서 중립성의 문제는 달러가 "무기"로 바뀔 때 생긴다. 러시아의 도덕적 잘못을 떠나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결과로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지정학적 패권 싸움과 서로서로 제재하는 갈등 가운데 화폐는 "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누구도 없앨 수 없는 비트코인의 가치는 여기서 온다. 지정학적 위기로 우리가 "믿던" 시스템이 무너질 때, 마지막 가치 저장 수단의 희망은 비트코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비트코인이 크게 재조명을 받은 적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은행들이 작동을 하지 않으니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가지고 국경을 넘었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여러 암호화폐로 전 세계에서 후원을 받았다.
나도 그때 몇 만 원 보내봤는데 금융 혁신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