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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지혜 Apr 19. 2024

Tits up! 가슴 펴!

캐나다 백수 4주 차의 기록

백수가 된 지 한 달 만에 같이 일하던 동료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다. 그룹채팅방에서 주선자가 "참가할 사람?"을 묻자 하나둘씩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세 명이 대답했고, "세 친구(3 Amigos)"라고 했다. 그래서 "넷이야, 나도 갈게"하고 대답하자 주선하는 친구가 레스토랑 예약화면을 올리면서 웃는다. 레스토랑 이름이 '3 Amigos'였구나.. 


그렇게 모처럼 여덟 명이 모였다. 캐나다에 오래 살면서 나름 다양한 직장에 다녀봤지만 회식이라는 건 대체로 연말파티 밖에 못 봤던 것 같다. 가끔 누가 점심에 피자를 쏜다거나 하는 일은 있어도 근무시간 후에 모이는 일은 드물었고 특히나 퇴직자까지 부르는 경우는 여간해서 없었다. 아마 이번에는 내 동료, 아니 전 동료 지니가 로디카의 생일을 빌미로 한 번 자리를 갖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전에 다른 직원도 하나 레이오프 됐다며,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모두 불안하다고 했다. 모두들 격려가 필요해 보였다. 


그래도 우리 30대에서 50대의 아줌마 무리는 쾌활했다. 우리는 누군가 연인을 잃으면 함께 슬퍼하고 "Asshole(개자식)!"을 외쳐주는 그런 사이였다. 가장 나이가 많은 비아타는 손으로 한쪽 가슴을 스윽 받쳐 들며 "환자가 이름을 묻길래 이름표를 보여줬지"라며 웃었다. 로디카는 여느 때처럼 '하비비(내 사랑이라는 뜻의 아랍어)'를 외치며 상체를 좌우로 흔들었다. 유방암을 이겨내느라 한쪽을 도려낸 지니도 같이 재미있어했다. 우리는 그런 노골적이고 뻔뻔한 자신감이 필요했다. 


아마존 프라임의 TV 시리즈, '마블러스 미시즈 메이젤'을 몇 편 번역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대사가 'Tits up'이었다. 원래는 전투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고도계가 뒤집어진 W자 모양이 되면 유두가 위를 향한 것 같다고 해서 나온 말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사람이나 동물의 사체가 죽어 누워있을 때의 모습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매니저인 수지가 무대로 나가는 미리엄을 응원하며 하는 말이었다. 우리에겐 때로 그처럼 대담하고 섹시하고 자신감 넘치는 구호가 필요하다. 


투병을 하고, 이혼을 하고, 갑작스럽게 사별을 하고, 직장을 잃어도 우리는 오늘도 세상이라는 무대를 향해 자신있게 한 발 내놓는다.


Tits up! 가슴 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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