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쉬는 건 어렵다

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휴식을 보내시나요?

by 모스




요즘 들어 ‘휴식’ 이 어렵다는, 조금은 이상한 생각을 자주 한다. 말 그대로 쉬면 되는 것이 휴식일 텐데, 그 쉬는 일이 왜 이토록 낯설고 어색할까. 어딘가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어줄 것 같은 단어인데, 막상 내 삶에선 좀처럼 자리를 내어주지 않던 존재이기도 하다.

연구실 생활과 학교 과제, 그 사이사이에 촘촘하게 끼어 있는 해야 할 일들. ‘쉬어야지’라고 몇 번을 마음먹어도, 늘 ‘조금만 더 하고 나서’라는 유예의 말에 묻혀버렸다. 주말에도, 공휴일에도 잠깐이라도 나가 무언가를 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습관이 당연해져 버린 건 이미 오래된 일이다. 실은 양심고백하자면 실제로 바쁘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괜히 불안해지는 내 성격 탓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드디어 정식으로 휴가를 받았다. 사실 요 근래 마음 한구석에서 ‘이대로 계속 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신호가 계속 울리고 있었기에, 이번 휴가는 더 반가웠다. 마치 잠시 멈춰 설 수 있는 쉼표 같은 시간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기대도 컸다. 이참에 마음껏 늘어지고, 눈 감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흘러가는 시간을 느껴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휴가가 시작되자 생각보다 낯설었다. 뭔가 허전하고 이질적인 기분.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만 있다가 노을이 질 무렵이면, 마음이 이상하게 공허해졌다. 몸은 쉬고 있는데 마음은 여전히 서성이고 있었다. 그동안 나는 너무 오래 ‘해야만 하는 일’에 익숙해 있었던 걸까. 분명 그토록 기다렸던 휴식이었는데, 왜 이렇게 서툰 걸까.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잘 쉰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말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진짜 휴식은, 무작정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호흡을 다시 고르게 맞추는 일. 진정으로 내 본연에 닿아 있는 무언가를 충족하는 일.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 일련의 과정을 말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내가 잘 쉴 수 있는, 내 방식대로 움직여 보기로 했다. 우선 오래 손보지 못했던 내 방을 정리하고 청소했다.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이 있다. “깨끗한 공간에선 좋은 생각이 자란다.” 어릴 땐 그 말의 뜻을 몰랐지만, 이제는 꽤 자주 떠올린다.

그리고 나선 앞으로의 계획들을 조용히 정리했다.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너무 바쁘게 산다’는 말인데, 그런 말들이 나에게 남긴 잔상이 뭔지 곱씹어보기도 했다. 정리가 잘 되지 않으면, 나는 예전 일기장이나 글들을 다시 꺼내 읽는다. 그 안엔 지금보다 느리고 투박한 내가 있는데, 묘하게 그 기록들이 지금의 나를 다독여줄 때가 많다. 마치 내 호흡과 보폭을 다시 되찾는 듯한 기분.

그렇게 마음이 조금씩 안정되면, 그제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진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잘 쉬기 위해서도 일종의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게 나답고, 그래서 편하다면, 그게 진짜 휴식 아닐까.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휴식에 한 가지를 더 얹는다. 바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 예전에는 혼자 정리하고 사색하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안다. 나 혼자 채우는 안정감만큼이나, 누군가로부터 오는 편안함도 있다는 것을. 내가 채울 수 없는, 타인만이 채워줄 수 있는 감정의 결이 있다는 것을.

예전엔 내가 잘 쉬고 내 호흡을 가다듬는 건 오롯이 나만의 과제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h를 만나고 난 후, 나는 그 사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덕분에 더 천천히, 더 정확하게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내 일을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순 없지만, 그 일을 하는 나의 상태를 조금 더 단단하게, 부드럽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결국 잘 쉰다는 건, 내 마음이 가장 나답게 머무를 수 있는 방식으로 나를 돌보는 일이 아닐까. 혼자 있을 때도,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도.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이렇게 적고 있는 이 시간도, 어쩌면 내가 가장 나답게 쉬고 있는 순간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