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첫 연애는 현재의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모솔이지만 사랑은 하고 싶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웃으며 보다가도 어느 순간, 화면 속 사람들 대신 내 주변 친구들이 겹쳐 보였다. 공대를 다니다 보니 소위 ‘모태솔로’라는 타이틀은 드물지 않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나도 연애는 하고 싶어.” 하지만 그 말과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짙은 간극이 있다.
나는 생각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연애 속의 나’를 잘 모른다는 데 있다고.. 연애는 결국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인데, 그 속에서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면 그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과 낯섦이 먼저 찾아온다. 전혀 가보지 않은 길 위에서의 불안감. 그래서 선뜻 발을 내딛기 어렵다. 지금까지 혼자서도 잘 살아왔고, 그래서 지금도 나름 괜찮다 생각하며 말이다. 기회가 와도 어떤 사람이 나와 잘 맞는지, 어떻게 관계를 풀어가야 하는지 기준이 없다면 이성 앞에서 서툴 수밖에 없다.
내 첫 연애를 돌아보면, 나 역시 그랬다. 남중, 남고, 군대, 공대를 거쳐 이성에 서툴렀고, 기준도 없었기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내 호흡을 유지하면서도 상대에게 맞춰주는 그런 완급조절이 잘 되지 않았다. 만나기 전에는 잘 맞을 거라 확신했지만, 돌이켜보면 본질적으로 결이 다른 사람이었던 것 같다. 연애를 하면서 각자가 가진 ‘양보할 수 없는 지점’이 겹쳤고, 서로의 철학도 부딪혔다. 즉, 어떠한 행동이나 사고에 있어서 문제라고 인식하는 방향과 범위가 달랐다. 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당신은 동의할 수 없었고, 반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갈등은 잦고, 마음도 자주 삐걱였다.
그럼에도 처음에는 서로 열심히 사는 모습에 끌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열정이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음을 알았다. 당신은 내게 종종 공감을 못 해준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이 서운해 공감하는 척을 했지만 미숙함은 금세 드러났다. 내 눈에 당신은 너무 자기 세계에만 몰입한 사람이었고, 나는 그런 차이를 이해하려 애썼지만 그 노력을 당신은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그 관계를 정리했다.
이별 이후에 아픔도, 아쉬움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삐걱임과 상처가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덕분에 어떤 사람이 나와 잘 맞는지, 연애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지금의 연애에서는 상대에게 무엇이 고마운지, 무엇이 미안한지를 더 분명하게, 그리고 확신을 가지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엔 잊고 싶은 서사였던 첫 연애가, 지금은 고마운 시간으로 변했다. 아마 그래서 사람들이 “여러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어릴 땐 그 말이 방탕해 보였고, 이성을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꺼려졌지만, 이제는 안다. 그 말속에는 경험을 통해 자신을 더 잘 알고, 그 안에서 더 나은 사랑을 할 수 있다는 뜻이 숨어 있었다는 걸.
결국 첫 연애의 상흔은, 잘 맞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도 나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그 단단함은, 언젠가 진짜 잘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을 더 깊고 안정되게 사랑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사랑을 더 오래, 더 깊게 지켜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