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달리세요. 힘차게
달리기 동료 깨우기
오전 6시 20분, 알람이 울리면 침대를 나와 세수를 후다닥 하고 시원한 물 한잔으로 정신을 깨운다.
운동복까지 대충 걸치면 바로 현관으로 가는 루틴에서 한 가지 미션이 더 추가되었다. 그건 아직 꿈나라여행 중인 예비 신랑을 깨우는 것. 요란하게 알람이 울려도 그의 귀에만 들리지 않는 건지 잘잔다.
"오빠, 일어나. 달리기 할 시간이야. 가자"
5분만 더를 외치는 그의 간절함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최대한 단호하고 빠르게 시원한 물을 공급하면
비몽사몽 한 그도 겨우 눈을 뜨게 된다.
함께 살게 되면서 가장 먼저 한 유일한 약속은 [아침 달리기를 함께하는 것]이었다.
'군대 교관' 같다는 그의 퉁퉁거리는 볼멘소리로 우리의 아침 달리기는 시작된다.
런데이 2년 만에 생긴 메이트
런데이 앱을 이용해 달리기를 한지 어느덧 2년이 되었지만 늘 혼자 했기에 ai코치님과의 교류만 존재했다.
절대 지칠 수 없는 열정과다 ai 코치님과는 달리, 살아 숨 쉬는 인간 찡찡이와 달려보니 기분이 색다르다.
사실 나보다 달리기를 더 좋아했던 건 그 사람이었다.
주말 축구로 다져진 튼튼한 다리는 달리기에 최적화되어 있어 과거에 종종 '달리기'를 내게 권하곤 했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 훗날 내가 달리기를 광적으로 좋아하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취미라고는 1도 맞지 않는 우리의 유일한 공통 취미인 달리기를 함께 하기로 한 것이다.
함께 산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내 강력한 의지로 달리기를 열심히 하는 중이다.
해보니 알겠다. 혼자 달릴 때와 누군가와 함께 달리는 건 확실히 다르다.
혼자는 오직 내 페이스만 집중하면 되지만, 지금은 눈앞에 서서 달리는 그의 속도를 신경 쓰게 된다.
게다가 앞에서 먼저 달려주는 사람이 있으니 묘하게 든든하기까지 하다.
2년 만에 기계가 아닌, 사람인 달리기 메이트가 생겨 기분이 좋다.
도쿄에서 달리기를
22년도 겨울, 둘이서 충동적으로 2박 3일 짧은 [도쿄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런데이를 시작하던 차, 달리기에 대한 열정이 흘러 넘 칠 때라 케리어에 운동복을 가장 먼저 집어넣었더랬다.
"우리 숙소로 가면 아침마다 근처 동네에서 달리기 하는 거 어때? "
아침 달리기를 위해 로망인 호텔 조식도 포기하고 도쿄의 낯선 동네를 달렸다.
달리기의 최대 장점이 달릴 수 있는 길만 있으면 아무 제약 없이 뛸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평소처럼 세수만 가볍게 한 뒤 운동화를 신고 무작정 모르는 길을 함께 달렸다.
뛰면서 바라본 풍경은 여행자의 시선일 때랑 무언가 확실히 달랐다.
출근을 위해 지하철로 바쁘게 걸어가는 사람들, 가게 오픈 준비를 하는 사장님들..
여행일 때는 스쳐 지나갔을 법한 소소한 일상을 자연스럽게 마주칠 수 있는 것.
그래서 달리기는 누군가의 일상 순간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
도쿄에서 달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차게 달리세요.
도쿄 달리기의 좋은 기억 덕에 홀로 낯선 지역을 방문할 때면 숙소 근처 아침 달리기를 한다.
그리고 20대 땐 없던 원대한 꿈도 생겼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낯선 동네 달리기"
아직까지는(?) 내 달리기 메이트도 그 꿈에 동참하길 원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항상 이루지 못할 것 같은 꿈들만 상상했었지만 왠지 이번 꿈은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냥 생각날 때 달리면 되니까. 장소는 어디든 상관이 없다.
마지막으로 나의 AI코치님께서 런데이 앱에서 하는 말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린 자동차도 대중교통도 아닌, 당신의 두 발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힘차게 달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