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축구 시간
“삐이익!”
오늘도 휘슬 소리가 하늘을 찢듯 울렸다. 용호초등학교 운동장 모래바람이 사르르 일었다. 방과 후 축구경기 시작이다.
‘어? 공이 내 쪽으로 온다!’
쿵쿵쿵쿵 심장이 북처럼 뛴다. 손바닥에 땀이 맺히고 목이 바짝 마른다. 순간, 머릿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박사)
“두둥! 드디어 연준 선수, 첫 볼터치의 순간입니다! 지금 상대 수비수가 따라붙고 있어요. 지금이 바로 운명을 건 3초!!”
‘정박사, 또 시작이네••••••‘
그 때, 상대 수비수가 번개처럼 달려왔다.
‘부딪치면 아프잖아, 피해 가자!’
나는 본능처럼 몸을 옆으로 틀었다. 그러자 공이 발끝에서 툭 벗어났고, 나는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그대로 넘어졌다.
“엉?”
툭, 내 엉덩이에 맞은 공은 데굴데굴 몇 번 구르더니, 마침 찬우 형 앞에 딱 멈췄다. 형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대로, 온몸을 실어 슛을 날렸다.
“우와, 골이다! 골!”
아이들이 소리쳤다.
“와하하하! 이게 바로 엉덩이 패스!”
“연준이 신기술 등장! 엉-덩-패-쓰-!”
아이들이 깔깔 웃으며 따라 외쳤다. 몇몇은 엉덩이를 들썩이며 나를 흉내 냈다. 나는 웃는 척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연습 때 처럼만 하면 되는데••••••왜 이렇게 떨리지?’
조금 전, 수비랑 부딪칠까 봐 몸을 틀었던 내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나 아까 왜 피했지? 찬우 형 같으면 그냥 밀고 들어갔을 텐데.’
그때, 다시 정박사가 들이닥쳤다.
(정박사)
“해설자의 긴급 분석입니다! 이건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수비벽! 과연 연준 선수, 마음속 수비수를 언제 넘을 수 있을까요?”
‘정박사, 제발 좀 조용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