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3. 다음 비행기는 언제있나요...?

독일, 뮌헨 -> 이탈리아, 밀라노

by 개포동 술쟁이

오늘은 이탈리아의 밀라노로 이동하기 위해 아침 6시 반에 숙소를 나섰다. 구글맵이 한 시간이면 충분히 간다기에 구글맵만 믿고 길을 나섰다.


하지만, 세상일이 다 계획대로 되겠는가? 지하철을 환승하는 과정에서 지체, 공항으로 가는 기차가 중간에 정차하면서 또 지체... 우리가 공항에 다다를 때쯤 시간은 8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게이트가 닫히는 시간은 8시 25분. 시간이 얼마 없었다.


"달려!"


기차에서 내리며 내가 외쳤다. 우리는 무작정 1번 터미널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지젯 어디 있어? 이지젯!"


다급하게 짐을 붙이는 창구를 찾던 나의 시야에 저 멀리 주황색 창구가 보였다. 그리고 달렸다.


"근데 여기가 맞아?"


의심스러운 말투로 누라가 물었다.


"이지젯은 여기뿐인데? 아닌가?"

"그건 그런데, 우리 비행기는 A구역에 있어."


주위를 살펴보니 1번 터미널의 A구역은 한참을 더 가야 한다는 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그쪽으로 가서 해야 하나?"

"그런 거 같은데?"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난 다시 외쳤다.


"달려!"


시간은 어느덧 8시가 넘었다. 우리는 A구역을 향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고무패킹이 벗겨진 케리어의 바퀴는 요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3개의 무빙워크를 지나 에스칼레이터를 뛰어 올라갔다. 이제 짐을 붙이고 비행기에 탑승하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이지젯 창구는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 아까 거기가 맞나 봐... 미안..."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누라가 말했다. 난 다시 외쳤다.


"달려!"


전속력으로 달렸다. 공항에는 아까보다 더 큰 굉음이 울려 퍼졌다. 창구에 도착해 보니 아까보다 줄이 더 길어져 있었다. 시간은 8시 10분. 줄을 서며 난 조용히 스카이스캐너를 가동하였다. 사실상 비행기를 포기하는 심정이었다. 그때였다.


"밀라노 가시는 분!?"


구원의 소리가 들렸다.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는 단숨에 맨 앞줄로 나가 짐을 붙였다. 오늘 처음 근무를 서는 직원이 버벅대며 우리를 도왔다. 옆자리 직원과 농담까지 주고받으며 우리를 맞이했다. 다급했지만 이들이 이렇게 여유를 부리는 건 우리가 늦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었나...?)


"다 완료되셨고요. A21로 가시..."

"감사합니다."


미안하지만 직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다시 3개의 무빙워크를 지나 에스칼레이터를 올랐다. 두꺼운 겨울옷을 입어서 인지 등에는 땀이 비 오듯 흘렀다. 다리도 풀려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간신히 비행기에 탑승했다.


숙소에 도착해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던 누라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일찍 일어나 그 난리를 치는 바람에 피곤한 모양이다. 아직도 여행이 참 많이도 서툰 우리다. 내가 보기엔 우린 여행이 끝날 때까지 서툴게 여행할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싫지만은 않다. 과정은 좀 힘들어도 마지막엔 오늘처럼 무사히 도착했으니 말이다. 여행 후 살아갈 인생도 이와 같으리라 믿는다. 조금 서툴러도 포기하지 말고 달리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을.


Day133_DSC02022.jpg 무사히 도착한 밀라노의 숙소에서 바라본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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