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잘 하는 방법

여행의 고수가 되어보자

by 개포동 술쟁이
산토리니_01
산토리니_02

여행을 떠나기 전, 난 여행자들과의 교류를 위해 한 오픈채팅에 참여했다. 여러 정보도 교환하고 다른 이들의 여행을 간접 체험하는 것이 꽤나 재미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여행이 산토리니에 다 달았을 무렵, 난 그 채팅방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이 내 여행을 깔보고 무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 채팅방은 2년째 세계여행 중인 여행자 한 분과 그의 여행을 지지하는 한 분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었다. 목적지 없이 이리저리 떠돌며 가난한 여행을 하던 그 여행자분은 채팅방에서 영웅이었다. 그에게 여행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은 끊임없었고 그때마다 그는 답변을 주며 신뢰를 쌓았다. 나 역시 그의 여행을 보며 재미있어했고 많이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대화에 참여하면 할수록 그들은 내 여행을 가볍게 보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은 내가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저 히치하이킹 한 번 안 하고 노숙 한 번 안 하는 여행을 시시해했다. 일종의 부심이었을지 부러움이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산토리니에 다다를 때쯤 난 여행할 줄 모르는 여행자가 되어있었다는 것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종류의 고생을 안 하는 여행이 그들에겐 가벼워 보였을까?


그들은 나로 하여금 산토리니의 호텔에 머무는 것을 부끄럽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난 채팅창을 나왔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행복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아테네에서 배를 타고 도착한 산토리니
회사가 망한 후, 이직 대신 선택한 내 여행은
결코 가볍거나 유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히치하이킹을 잘 하는 사람? 노숙 장소를 잘 찾는 사람?

아니면 저렴한 비행기나 숙소를 잘 예약하는 사람?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잘 알고 있는 사람?


글쎄...


내 생각에 이것들은 쉽게 말해 그냥 여행에 필요한 수만 가지 중 하나의 기술일 뿐이다. 그리고 그 기술들은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누구나 노력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 조금만 부지런해진다면 말이다. 사실 이와 같은 기술은 확실한 기준이 없어서 누구에게나 좋은 방법이라고 정확히 명시하기가 힘들다. 호불호가 극심하게 갈리는 게 여행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어떤 이들은 이런 기술적인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어느 도시에선 어떤 유명한 레스토랑을 꼭 가야 한다는 둥, 예약은 어떤 사이트에서 해야 좋다는 둥, 어느 도시에선 며칠을 있어야 한다는 둥... 자신이 진리인 것 마냥 이야기한다. 만약 그가 그 도시에 몇 년 이상 거주하며 매일 공부하고 나를 충분히 아는 사람이라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지의 부분만 보고 가기 중심적으로 한 이야기라면, 난 그냥 흘려듣겠다. 그는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은 인생을 닮아서 정답이 없다. 여행을 하다 보면 정말 한 치 앞을 모른다.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기기도 하고 화나는 일이 있다가도 기쁜 일이 찾아온다. 그렇기에 여행은 더 설레고 재미있다. 인생과 여행은 명확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는 것 또한 닮았다. 모두가 이렇게 살아서, 모두가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 없이 매번 수동적인 삶을 살기엔 인생이 아깝듯 여행 또한 마찬가지다. 타의로 여행을 떠난다거나, 남들 다 가니까 그냥, 남들이 가서 또 그렇게 하기에 나 역시 똑같이 한다면 그건 잘못된 여행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여행에는 목적이 꼭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 목적이 꼭 거창한 필요는 없다. 그냥 쉬고 싶어 떠나는 여행도 훌륭하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힐링이 필요하다면 푹 쉴 수 있는 여행을 기획해 떠나면 된다. 그래서 만족스러운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면 그걸로 여행은 성공한 것이다. 방법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여행을 하는 목적만 뚜렷하다면 패키지여행을 가던 무전으로 여행을 떠나던 그 어떤 여행도 결고 가볍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어느 도시에선 머무는 내내 숙소에 머물기만 하기도 했고 명소들을 돌아보느라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았던 곳도 있었다. 매일 밤 마트에 들려 모든 종류의 맥주를 마셔보기도 하고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와 요리를 연구해보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 노력하며 온 힘을 다해 놀았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정말 많이도 배우고 느꼈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나에게 누군가는 묻는다. '여행을 하느라 소비한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냐'라고 난 아깝지 않다고 답한다. 여행은 나에게 평생 몰랐을 소중한 것들을 많이 알려주었고 난 그것을 통해 많이 성장했다. 그로 인해 내 삶은 여행 전 보다 더 행복하게 변화했고 그런 하루하루를 요즘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난 여행을 떠날 것이며 그때마다 점점 더 여행의 고수가 될 것이다.


세계여행의 마지막 날 밤 하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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