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세계여행을 떠난 지 정확히 1년이 된 오늘

by 개포동 술쟁이

작년 오늘 와이프와 난 세계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전날 늦게까지 여행 준비를 하는 바람에 2~3시간뿐이 잠을 자지 못했지만 피곤하지 않았다. 드디어 떠난다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잠이 들긴 했지만...)


미치도록 무더웠던 6월의 대만, 우린 그 습한 더위와 함께 첫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대만을 시작으로 베트남과 태국 그리고 싱가포르를 거쳐 유럽으로 건너간 우리는 그리스와 불가리아 등을 시작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며 여행을 이어나갔다. 이후 북아메리카를 거쳐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 하와이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기까지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린 온 세상에서 자유를 누렸다.


여행 중에 생긴 변수로 목표한 일수를 채우진 못했지만 아쉽지 않았다. 이게 마지막이 아님을 알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마주한 인천공항은 제2여객 터미널이 만들어진 것 말고는 여전했다. 떠나는 날과 마찬가지로 설렘을 가지고 떠나는 이들과 아쉬움을 가지고 돌아온 이들로 북적였다. 해마다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은 늘어난다더니 정말인 듯했다.



여행을 마치고 지난 몇 달간 생각했다.

우리는 왜 여행을 좋아하는 걸까?


사람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유'때문이다. 여행은 지긋지긋한 현실로부터 도피처를 마련해 준다. 현실이 더 치열할수록 여행은 즐겁고 돌아왔을 때의 아쉬움은 크다. 그래서인지 국내 보단 해외로 떠나는 여행이 더 좋다. 이국적인 환경이 현실로부터 떠나왔다는 사실을 더 명확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 행복에 젖으면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인다. 비 오는 날씨도 날아가는 비둘기도 심지어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마저 낭만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 현실로부터 떠나왔다는 사실은 가끔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해 주고 느긋한 점원의 태도에도 너그러워지는 여유를 만든다.


가끔은 여행이 주는 자유가 너무 달콤한 나머지 그곳에 정착하고 싶어 지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이주 계획을 세웠고 2번의 시장조사를 다녀올 정도로 적극적인 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곳에 정착하는 순간 자유는 사라지고 현실이 시작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도시라면 모르겠지만 해외이주는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다. 여행은 떠나왔기에 즐거운 것이고 돌아갈 곳이 있기에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다는 것임을 말이다. 실제로 여행을 하던 중 가끔은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 그토록 떠나고 싶던 지긋지긋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그리웠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곳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나를 안심시켰고 떠나온 자유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그렇게 세계여행은 자유를 통해 나에게 긴 휴식을 주었다. 그리고 그 긴 휴식은 다시 일상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여행은 나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며 나를 성장시켰고 내 가치관을 비롯해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가끔 세계여행을 떠나도 될까요? 하는 질문을 받곤 한다. 난 그들에게 무조건 떠나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무조건이라는 말이 너무 무책임해 보이기 때문이다. 여행이 무조건 답이 될 수는 없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적이 뚜렷한 세계여행이나 한 달 정도의 여행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여행은 시야를 넓게 해 줄 뿐만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를 보면 경기가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수가 여행을 떠나고 있다. 현실로 부터의 도피처가 필요한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가 보다. 그렇게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 휴식을 얻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나 또한 여행이 준 휴식의 힘으로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다. 여행을 통해 넓어진 시야와 다양한 경험이 큰 도움이 돠는 요즘이다.


언젠가 내가 휴식이 필요한 날이 오면 난 다시 여행 계획을 세울 것다. 그리고 여행에서 힘을 얻고 돌아와 다시 익숙한 일상을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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