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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Aug 16. 2017

Day 48. 우리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

불가리아 소피아


3주간의 유럽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기내식을 양식으로 주문하는 나를 보며 *주형이형이 미친놈이라고 한 기억이 난다. 혈기왕성한 20대 3주간 유럽에서 현지 음식만 먹었지만 한식이 전혀 나지 않는 나였다. 하지만... 여행 48일 차, 데살로니키에서 들린 담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고 갑작스럽게 추워진 소피아의 기온에 우리는 감기 기운까지 돌기 시작했다. 거기다 비까지! 뜨끈한 국물이 간절한 날이었다.


어제부터 우리는 미친 듯이 한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지금까진 한식당이 보여도 눈길도 안 줬었는데... 소피아의 날씨와 몸상태는 한식을 간절히 원하게 만들었다. 위치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택시를 타고 얼마가 나오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어제 방문한 '코리아'라는 한식당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문을 닫았고... '아리랑'이라는 곳은 몇 년 전 매각이 진행된 곳이었다. 우리에게 남은 희망은 오늘 아침 누라가 찾아낸 '윤'이라는 한식당이 마지막이었다.


다행히 지하철로 접근이 가능한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우리는 서둘러 준비한 후 '윤'식당으로 향했다. 지하철에 내려 구글맵을 켜고 식당에 다가갈수록 입에는 침이 고였다. 감칠맛 도는 뜨끈한 한식... 한식...


드디어 10m 전! 코너만 돌면 한식당이 있다!


두근대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코너를 돈 순간! 보였다! 한식당이!

문을 닫은 한식당이!


아쉬운 마음에 식당 앞을 서성이는데 사장님으로 보이시는 분이 차에서 내려 말을 거셨다. 사장님께서는 방금 문을 닫으셨다 하셨다. 내부수리를 하면서 2일간 휴가를 다녀오신다고... 아... 지지리 복도 없는 우리... 소피아에서 한 거라곤 한식당을 찾아다닌 것뿐인데, 김치찌개 한 그릇 못했다...


결국 우리는 불가리아 음식으로 허기를 달랬고... 아직도 몸이 허하다.

한식이 먹고 싶다.

김치를 준다면 길바닥에 앉아서도 퍼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와구와구


*주형이형 : 나와 가장 친한 그냥 그런 동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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