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걸려온 친구의 전화
"오늘 일 끝나면 뭐 해? 오랜만에 게임이나 같이하자!"
오랜만이었다.
친구가 갑자기 아이가 생겨 결혼한 후 게임을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
그와 컴퓨터게임으로 불태우던 시절이 있었다.
둘 다 싱글이던 시절 각자 퇴근만 하면 기다렸단 듯이
컴퓨터 안에서 만나 다음날 아침까지 함께하였다.
둘 다 일상에 무리가 될 정도로 게임을 즐겼고 거기서 행복함을 느꼈다.
그러던 중 돌연 친구의 갑작스러운 결혼과 아이로 인해
우리 둘의 게임의 횟수는 줄어들었고
끝에는 둘 다 게임을 접게 되었고 우린 서로 각자의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잊고 살던 컴퓨터게임을 몇 년 만에 함께 하잔 소식에
내심 기뻐하며 퇴근시간만 기다리게 되었다.
"지후 오늘 내가 와이프한테 게임 허락 제대로 받아냈어! 우리 아들 저녁 10시면 기절이야 기절!
누가 업어가도 몰라! 그러니깐 우리 10시에 딱 컴퓨터 앞에서 보는 거야 알겠지?"
10시가 되자 둘 다 어린아이마냥 들떠하며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신없이 즐기던 와중 12시쯤 되었을까
친구의 아들은 게임소리에 잠에서 깨었고 곧장 와이프에 불호령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잠에서 깨었으니 이제 컴퓨터를 그만해!
-오늘 당신 약속도 갔다 왔고 집청소도 했고 아들도 재웠다 당신이 요청한 부분을 다 해내었는데
오늘 만큼은 게임을 하게 해 주라!
친구와 친구와이프의 의견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서로의 언성만 높아지는 것이
꼭 정치 속 여야가 다투는 모습처럼 보이기까지 하였다.
결국엔 와이프 등쌀에 떠밀려 컴퓨터를 종료하였고
친구의 모처럼 일탈은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다음날 오후
친구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하.. 어제는 정말 미안해 어쩔 수가 없었어 조만간 와이프랑 아들 처갓집 가면 한번 원 없이 해보자
-야~ 됐어 뭘 이런 거 가지고 미안해 다음에 또 하면 되지!"
아휴.. 어제 와이프가 하라는 거 다 하고 드디어 자유시간 좀 가지나 했더니 이게 참..
-배부른 소리~ 행복하지? 그래도?
지후야..
-왜~
넌 결혼하지 마라
-...
...
친구도 당시에 혼자였기에 외로움이 가득했고
그렇기에 친구는 그 당시 나타난 여자친구가
자신의 외롭던 삶을 구원해 줄 사람이었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다.
마냥 행복하기만 한 줄 알았던 그의 결혼생활
그날 마이크 너머로 들려오던 친구 와이프의 성화는
내가 멀리서만 지켜보던 그들의 부부생활의 희극을 비극으로 바꾸기 충분하였다.
주변의 부부들에게 결혼생활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비슷한 대답을 한다.
함께이기에 행복한 순간보다 365일 내내 붙어있기에 괴로울 때가 더 많다고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괴로움이기에 실감은 나질 않는다.
근래 들어 내 주변사람들도 외로움을 택하기는 싫기에
결혼을 결심하고 하나둘 싱글즈에서 탈퇴를 선언하고 떠나고 있다.
아직도 싱글인 나는
퇴근하고 아무도 없는 텅 빈 방안 깨끗이 샤워 후
향긋한 바디로션을 듬뿍 바르고 침대에 누워 하루를 정리하는 순간이
주변에 아무도 없는 혼자가 되는 시간이다.
이 순간이 정말 혼자이고 외롭다는 게 실감이 나는 시간이다.
그래도 외로움 보단, 괴로움이 낫겠지라고 생각이 든다.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괴로움이 해로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기에
어서 한껏 괴로워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