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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후 Sep 25. 2016

#6 제주 바람의 자전거 길

성산읍 ~ 신촌리 ( 53.72km )

아침부터 심상치 않다. 비와 바람이 똘똘 뭉쳤다. 괘씸하기 그지없다. 


노트북으로 제주기상청 예보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오후 3시경부터는 비는 멈춘단다. 

우린 기다려 보기로 했다. 창문 너머 바다를 응시하며 멍~~ 때린다. 


정오가 지나서야 기세 등등하게 내렸던 비는 약해졌다. 

출발해야겠다. 제주에서 라이딩할 때 가장 큰 변수는 '바람'이다. 

'바람'이 등 뒤에서 밀어줄 때도 있지만, 앞에서 마주하는 '바람'은 걷느니 못할 정도로 나아가기가 힘이 든다. 

그러므로 육지에서 라이딩할 때 자신의 페이스로 일정을 잡으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개인적으로 날씨만 화창했더라면, 오늘 코스가 개인적으로는 가장 추천해 주고 싶은 코스다.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렌즈에 담고 싶은 풍경이 많았다. 아쉬움이 많았다. 오늘은... 그럴 즈음... 


그런데 역시나 여행의 묘미는 변수 아녔던가? 

김녕 해변을 지나갈 때 뒤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어쩌나? 

펑크난 타이어

내가 무척 잘 하는 것 중에 하나는 변수에 강하다. 당황하지 않는다. 

검색해 본다. 인근 자전거 샵... 약 10km 떨어진 곳에 '주형 자전거'라는 상호명이 뜬다. 그런데 번호가 없다.ㅋㅋ

포기할 내가 아니지. 로드뷰! 간판에 핸드폰 번호가 보이고 전화를 드린다. 


'주형 자전거 사장님 되세요?'


'응~ 근데... ( 조금은 귀찮은 듯 )'


'제가 지금 김녕 해변 근처인데요... 자전거가 펑크가 났습니다... 혹시 오실 수 있으세요?'


'응~ 근데... 출장비 줘야 해'


약 20분이 지난 뒤 오셨다. 

수리중

수리까지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얼마를~~~~~'


'출장비 1만 원, 펑크 5천 원 합이 1만 5천 원'


사장님은 왕복 20km이다. 더해 난 좀 지쳤기에 염치 불고하고 말을 건넨다.  


'함덕으로 돌아가실 거면 저 좀 태워주실 수 있으세요?'


'그래!'


함덕까지 사장님과 함께 가면서 담소를 나눈다. 


'내가 젊었을 때 영등포에서 3년 정도 살았지.'


뭐~~~ 이런저런 애기들 추석을 잘 보냈냐?부터 시시콜콜한애기...


함덕에 도착해서는 함덕해수욕장을 한 바퀴 돌며 말씀하신다.


'중국인들이 땅을 너무 많이 샀어... 저기 저 건물도... 저 건물도... 아마 몇 년 후에는 우리가 중국사람들한테 

 임대료 내고 살아야 할 거야...'


맞다. 중국은 토지의 경우 개인 소유가 되지 않는다. 정부에서 장기임대는 가능하나 개인 소유가 되지 못한다. 

그렇기 중국 거부들이 제주에 땅을 남의 명의를 빌려 매입하고 있다. 


그렇게 도착했다. 

주형자전거

15년 전통을 자랑하는 '주형 자전거'다 자전거보다는 리어카 수리를 더 많이 할 듯한...ㅋㅋㅋ


마지막에 사장님은 나에게 큰 웃음 한번 더 주시고 떠난다. 


인사드리고 가려고 하는데, 사장님은 가게로 들어가지 않으신다. 


'어디 가세요?'


'오늘 쉬는 날이야~~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어서~~'


ㅋㅋㅋ 오늘은 쉬는 날인데, 오신 거다. 보도블록에 앉아 한참 웃었다. 오늘도 로또 맞은 거다. 


여행의 묘미는 변수다. 


해가 질 무렵에서야 오늘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 내가 제주에서 묶었던 게스트하우스 중에 시설이 가장 깨끗했다. 더욱이 이곳은 주인장 주도하에 열리는 파티가 없어 조용히 하루를 보내기 좋은 곳이었다. 


서울 가기 전 마지막 제주의 밤이다.

숙소에 쉬고 있을 무렵 제주에서 만난 전구로부터의 전화다. 월정리 근처에 있는데 어디냐고? 온단다.


또다시 보니 반가웠다. 


서울 가기 전에 나랑 좀 더 깊은 얘기를 해보고 싶었단다. 우린 12시 영업하는 동네 허름한 꼬치집에서 1차를 하고 숙소 앞 잔디밭에 앉아 제주의 마지막 밤을 수컷들만의 수다로 채워가고 있었다. 

신촌리

새벽까지 이어진 우리들의 수다로 전구는 우리가 묶는 숙소에서 잤다. 

아침에 일어나 전구는 떠났다. 못내 아쉬워하며 자기가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식사를 대접해 주고 싶다는데 월정리여서 갈 수 없었다. 반대방향이었기에...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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