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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파파 Dec 12. 2020

하얀 도화지를 품다

망상과 공상과 이상을 소환하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합격 메일을 받았다. ‘축하’라는 두 글자를 확인한 순간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숙제를 끝낸 후련한 기분이랄까. 브런치 도전은 두 번째. 3년 전, 고배를 마신 후 애써 멀리했다. 나와 인연이 아니라고 단정했다. 여우같이 신포도라 여기며 박대했다. '브런치가 뭐라고...'


필력 좋은 문우들의 글이 브런치를 통해 속속 유입됐다. 주위에서 작가 통과가 쉽지 않다는 말에 주눅마저 들었다. 그러다 차일피일 미루게 됐다. 어차피 글 쓰는 플랫폼은 블로그도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에 괜히 강짜를 부렸다.


그러다 올해를 넘기기 전, 뭐라도 이정표를 남겨보자는 마음에 도전을 결심했다. 최근 블로그에 발행했던 세 편의 글을 시리즈로 편집해 응모했다. 그리고 3일 만에 받아 든 축하 메일. 브런치 호에 승선할 수 있는 티켓을 거머쥔 셈이었다. '작가'라는 칭호에 살짝 설레기도 했다. 몇 번의 떨어짐을 각오한 터라, 덜컥 붙고 보니 자존감이 한 뼘 자란 기분이었다. 물론 커트라인에 아슬아슬하게 합격한 수험생에 가깝겠지만...  


한 문우님의 브런치에 댓글을 남기자, 그분이 득달같이 오픈 채팅방에 사실을 알렸다. 쏟아지는 축하와 함께 여러 문우님들이 구독 신청을 해주셨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18 1월부터 동행한 네이버 블로그와 달리, 브런치의 인터페이스는 깔끔하고 정갈했다. 상업성과는 거리가 , 오롯이 글로 대접하고 글로 교류하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다. 굳이 빗대자면 '하얀 도화지'를 처음 꺼내  기분이랄까. 이제부터 하얀 여백에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무슨 색깔로 덧칠해 나갈지 상상하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설렘을 놓치고 싫어 이렇게 브런치  글로 대신하고 있는지 모른다.   


도화지에 그릴 전체 그림의 윤곽은 고민 중이다. 브런치 발행 계획으로 담은 '아빠 육아'라는 소재는 반복된 일상에서 특별한 의미를 포획해야 한다. 관찰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육아라는 테마에서 준척이나 월척을 건져 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인생’을 화두로 필력을 소모하자니, 기저에 무거움만 가득할 것 같다. 사회적 이슈는 담론을 논하기에 무지가 탄로 날 것 같고, 나만의 일상을 소소하게 기록하기는 그 가벼움에 썩 유쾌할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새로운 시작’은 기분 좋은 망상과 달콤한 공상과 색다른 이상을 소환한다. 어제를 각색한 경험과 찰나를 엮은 오늘 그리고 상상을 머금은 내일이 시도 때도 없이 노크할 것이다. 그 생각 사이로 이리저리 거닐고 유영하다 보면, 한 편의 글이 ‘뚝딱’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단 한 편의 글이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군불을 지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내 글은 소명을 다한 것이라 믿는다.

 

도화지에 선도 긋기 전에 불부터 지를 궁리를 하고 있는 나. 그  소박한(?) 꿈을 품은 채, 하얀 도화지를 이리저리 매만지는 나를 만난다. 꺄악~~ 나 이제 브런치 작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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