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령관 1.

북으로 가고 있었다.

by 지훈

북으로, 북쪽으로.

북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러고 있었다.

눈앞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걸어가고 있었다.

터벅터벅.

서류 가방을 들고 혼자서 걸어가는 사람도 있었고,

딸아이 손을 잡고 걸어가는 엄마 같은 여자의 모습도 보였다.

다들 황급히 집을 나서서인지 짐이 많지 않은 단출한 차림이었다.

나 역시 그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북으로 향해 가고 있었으니까 나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남쪽에 고향이 있었지만 사람들을 따라서 북쪽 방향으로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궁금했지만 다들 아무 말 없이 걷고만 있었어 꾹 참고 있었다.

그러다가, 도저히 궁금증을 더 참을 수가 없었다.

내 옆을 지나가는 다소 연배가 지긋해 보이는 남자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대체 왜 다들 북쪽으로 가는 거죠?

그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이 양반 아무것도 모르나? 어디 별나라에서 왔나? 그런 표정이었다.

그의 얼굴을 보니 온 나라 백성들이 다 아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한숨을 툭 뱉더니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난리가 나부렀슈. 그 뭐시기야... 그렇지 전쟁이 터져불었어유.

전쟁? 근데 왜 사람들이 다 북으로 가고 있나요?

그는 이마를 찡그리며 정말 이 양반은 아무 것도 모르는 백지네, 그런 표정을 지었다.

남쪽은 허벌나게 엉망이유. 북쪽으로 가야 그나마 안전허지유.




그래서 다들 북으로 걸어가고 있었군.

나도 그렇고.

기억해 보니, 오래전부터 전쟁이 터질 거라는 소문은 무성했다.

전쟁.

살면서 설마 내가 살고 있는 땅덩어리에서 전쟁을 겪겠는가 싶었는데 결국은 터질게 터졌군.


한참을 걷다 보니 철조망이 나왔다. 좌우로 길게 철조망 장벽이 늘어서있었다.

남쪽과 북쪽을 가르는 경계선인 것 같았다.

철조망은 그다지 촘촘하게 조성되어있지도 않았다.

더구나 경계를 서는 군인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앞서서 넘어간 사람들이 위아래 좌우로 크게 벌려놓은 철조망 구멍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그 사이로 사람들은 짐을 던져 놓고, 몸을 비집어 넣으며 건너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도 그들을 따라 철조망에 발을 걸치고 넘어가려다가 불현듯 어떤 생각이 들어 멈췄다.


나의 고향은 남쪽인데?

하는 생각이 갑자기 머리를 스쳤다.

지금 북으로 가면 다시 남쪽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어쩌면 영영 부모님이나 형제들을 못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서로 연락이 끊겨 내가 북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을 텐데.

전쟁통이라고 해도 고향을 등지고 북으로 가는 것이 맞는 판단일까?




나는 발길을 돌렸다.

내 주변에는 같은 회사 동료, 십여 명이 있었다.

그들은 나를 설득하려고 했다.

지금 북으로 가야 한다. 지금 철조망을 넘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것이다.

나는 그들의 설득에 망설이며 주저했다.

결국 그들은 나를 재촉하다가 단념하고, 시간이 없다며 먼저 가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경계선 철조망을 넘어 숲길로 사라졌다.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다가,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나는, 발길을 돌려서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북쪽 방향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내가 걸어가는 남쪽 방향과 반대이기 때문에

그들은 나와 얼굴을 마주치면서 바로 내 등 뒤로 사라져 갔다.

나와 정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가끔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일단 고향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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