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고
토끼를 안았다.
두 팔로 감싸 안았다.
한 팔로 토끼 엉덩이를 받치고, 다른 한 팔로는 몸 전체를 감싸 안았다.
하마터면 귀를 잡을 뻔했다.
예전에 어디선가 토끼 귀를 잡아서 옮기는 장면을 봤던 기억 때문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만화 애니메이션에서 그런 동작을 봤던 것 같다.
그동안 잘못 알려진 상식 때문에 폐해가 컸다.
실제 토끼 귀는 매우 예민한 부위라서 함부로 잡으면 안 된다고 한다.
토끼는 온몸을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쿵쾅거리는 심장 박동과 두려움으로 온몸의 털이 곤두서있었다.
어찌나 거세게 심장이 뛰는지 토끼 몸 전체가 들썩거렸다.
더불어 내 몸도 같이 들썩거렸다. 내 심장도 토끼와 같은 박자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토끼의 피부는 회청색이었다. 아. 피부가 아니라 털이 그랬다. 온몸의 털이 회색과 청색으로 섞여 어우러져있었다. 보통은 흰색 토끼 또는 회색빛 토끼 이미지가 익숙했기에 좀 신기하기도 했다. 어떻게 회색빛과 청색빛이 골고루 섞인 빛깔을 띌 수가 있을까. 조금 진한 회색이고 청색이었다. 색상이 아주 선명하고 또렸했다.
털은 이상하게 까끌까끌했다. 그동안 토끼를 만화나 이미지로만 보아왔기 때문에 부드럽고 연약하다 정도의 인상만 가지고 있었다. 당연히 털 촉감도 아주 부드러울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런데, 의외로 모질은 거칠고 빳빳한 편이었다. 안고 있던 내 팔의 피부가 약간 쓸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야생 토끼, 산토끼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애완용 토끼가 아니라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거친 황야의 토끼. 그러자 갑자기 토끼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노을 지는 웨스턴 무비의 한 장면이 그려졌다. 두 다리를 벌리고 서서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당장이라도 권총을 뽑아들 채비를 한, 이글거리는 눈빛의 토끼 이미지가 그려졌다.
그리고 예상보다 통통했다. 내 머릿속에 토끼는 만화책에서 본 이미지가 대부분이어서 앙증맞고 가볍게만 상상했었다. 그런데 실제로 두 팔로 들어본 토끼는 무거웠다. 상당한 중량이었다. 나는 혹시라도 토끼가 자신의 몸무게가 내 예상보다 많이 나간다는 점에 민망해할까 봐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내 속마음을 알아챘는지 토끼는 두 눈동자로 빤히 나를 쳐다보았다.
토끼 눈은 빨갰다. 뚜렷한 빨간색이었다. 너무 빨개서 계속 보고 있다가는 내 눈까지 빨갛게 물들어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토끼 몸에서는 냄새가 났다. 동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 특유의 냄새. 도시에 거주해도 지워지지 않는 야성의 체취라고나 해야 할까. 남달리 냄새나 체취에 매우 예민한 나로서는 견디기 쉽지 않았다. 울컥 비위가 상할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토끼는 사랑스러웠다. 내 두 팔 안의 토끼 체온은 매우 따뜻했다. 토끼의 앙증맞은 눈, 코, 귀와 부드러운 털의 감촉을 느끼면서 어떻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실 털의 감촉은 실제로는 까끌했지만 그냥 부드럽다고 해두자. 까끌했다고 표현하면 위 문장의 흐름이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을 것 같아서 "부드러운"이라고 표현을 바꾸어 보았다. 실상 까끌했어도 사랑스러운 감정이 첨가되면 부드럽다고 인식의 착오가 발생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
그런데 그다음 문제는 토끼가 아닌 고양이였다.
토끼는 내 품 안에서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었다.
그런데 창 바깥에서 켁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 목이 체인에 걸려있었다.
고양이는 켁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