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고양이 (3)

고양이 목에 체인이 걸려있었다.

by 지훈

체인이 고양이 목을 감고 있었다는 뜻이 아니다. 체인은 공중으로부터 팽팽하게 내려와 고양이 입, 목구멍을 관통해서 뒤통수로 삐져나와있었다. 고양이는 두 다리를 엇갈려 마치 사람처럼 직립 자세로 서있었다.

하지만 직립 자세가 익숙지 않아서 인지 뒤뚱거리며 버둥거렸다. 두 팔을 번쩍 들고 있었다. 마치 만세를 부르는 것 같은 제스처였다. 하지만 그런 뜻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고양이가 거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상태였다. 만약 체인이 목과 뇌를 관통하여 꿰고 있는 상태에서, 흔한 고양이 자세로 주저앉아버린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안 봐도 뻔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고양이 몸이 아래로 무너지면서,

체인이 날카롭게 고양이의 머리를 반으로 절단낼 것 같았다.


고양이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입을 최대한 벌린 상태로 다물지도 못하고 있었다. 눈동자는 퀭했다. 단순히 퀭한 상태를 넘어서 투명했다. 눈동자의 검은자위, 흰 자위 구분이 없이 반투명 회색빛이었다. 눈동자의 테두리만 남아서 약간 마치 혼이 빠져버린 눈알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퀭한 투명한 눈동자 너머로 뇌의 주름살이 비쳐 보이는 것 같았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잠깐 충격으로 나는 얼어붙었다. 다음 순간, 나는 어느 틈에 고양이 앞에 서있었다.

이 상태로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고양이는 공포와 괴로움으로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두 팔의 만세 포즈와 두 발로 지탱한 직립 자세는 언제 허물어질지 알 수 없었다. 힘이 풀리는지 두 발이 갈지자로 뒤뚱거리며 앞뒤로 번갈아 춤추듯 스텝을 밟고 있었다. 예전에 어떤 TV예능 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이 선보였던 다이아몬드 스텝이라는 춤동작에 가까웠다. 마치 고양이가 무슨 사교댄스 연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갑자기 킥- 웃음이 나왔다. 나는 손등으로 입술을 가렸다. 세상에. 한 존재의 목숨이 오고 가는 순간에 웃음이 나오다니. 나 자신이 민망하고 부끄러워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양이 목구멍으로 관통해서 들어간 체인을 살펴보았다. 고양이 입가의 체인을 손으로 살짝 잡으려고 했다. 조금씩 앞으로 당겨볼 요량이었다. 잘될지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입바깥쪽의 체인을 손으로 잡고 살짝 당겨보았는데 무엇엔가 걸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불쑥 고양이가 두 팔로 내 팔을 잡았다. 아야야! 고양이 손톱이 내 팔을 할퀴었다. 아팠고 쓰라렸고 불에 덴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고양이를 떨쳐냈다. 자연스럽게 두어 발자국 뒷걸음쳤다. 고양이는 다시 두 팔을 번쩍 들어 만세 부르는 자세를 취했다. 고양이 눈빛은 나를 원망하는 듯했다.


팔등에 고양이가 할퀸 상처가 여러 가닥 선명했다. 피가 흐르지는 않았지만 붉은 핏빛 상처를 보자 짜증이 확 올라왔다. 왜 그 생각을 미처 못했을까. 팔꿈치까지 걷어올렸던 소매를 끌어내려 손등까지 덮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고양이에게 다가가니. 이 녀석이 또 두 팔을 허우적거리며 나를 잡으려 했다.

나는 냉큼 물러난 다음, 고양이의 등 뒤로 돌아갔다. 고양이는 이제 힘이 쭉 빠지는 듯 조금 전 보다 더 캑캑거렸다. 조금씩 몸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나는 혹시나 해서 고양이 뒤통수로 삐져나온 체인 가닥을 잡고 밀어보았다. 당기는 대신 앞으로, 그러니까 고양이 입 쪽으로 밀어보았다. 그런데 웬일인지 쭈욱 밀렸다. 좀 더 힘을 줘서 밀어보니 체인이 쑥쑥 앞으로 밀려나갔다. 마지막 체인 꼬리 부분을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체인의 끝이 고양이 목구멍을 통해 앞 쪽으로 툭하고 떨어져 나갔다. 동시에 고양이는 털썩 땅바닥을 두 팔로 짚고. 팔이 아니라 앞다리였겠지만. 체인으로부터 해방되자 고양이는 귀를 쫑긋하고 머리를 후드득 좌우로 심하게 털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러니까 내게 고마워하는 그 어떤 표시도 없이, 후다닥 달아나 버렸다.


나도 기운이 쪽 빠져 쪼그려 앉았다. 부리나케 달아나던 고양이는 다만 먼발치에서 잠깐 멈춰 섰다.

그리고 내 쪽을 돌아보았고 귀를 쫑긋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니 다시 고개를 돌려, 골목 어귀를 따라 사라졌다.

나는 그때 고양이의 귀 쫑긋하던 몸짓이 내게 감사 표시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심 흐뭇해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고양이는 내가 자신을 쫓아오지 않는다는 확인을 하려 뒤를 돌아본 것이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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