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쓰기

나는 퇴직한다.

by 지훈

"나는 매일 퇴직합니다."

강사는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들었고,

그래서 생각했다.

정말 용감한 직장인이다. 어떻게 매일 퇴직할 수가 있지?


궁금증은 강사의 강연이 진행되면서 바로 풀렸다.

내가 잘못 알아들은 것이었다.

강사는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나는 매일 퇴진합니다."




퇴진.

그러니까 후퇴한다는 것이다. 뒤로 물러서는 것이다.

회사의 무도한 압박에 저항하지만 결국 퇴진한다.

하지만 내일이면 나는 또 전진한다. 출근?

그리고 또 퇴진한다.

퇴진과 전진을 반복하고 있는 전형적인 직장인의 삶을 그렇게 표현했다.


강사는 달변이었다.

강연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나는 겨우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강사는 잠시의 휴식이나 숨 돌릴 틈도 없이 말을 이어나갔다. 원래 성격이 급한 사람인 듯 싶었다. 또 하나는 아마도 이런 종류의 강연을 숱하게 진행해 본 듯 노련함 때문이기도 했다.


강연의 주된 내용은 초기 10여 년 동안 회사 간판 프로그램을 맡으며 고속 승진을 거듭하고, 매스컴에까지 얼굴을 비추 기게 된 성공담이었다.

그리고는, 느닷없이 어떤 계기로 노조 대표를 덜컥 맡게 되면서, 회사의 부당한 조치에 맞서 치열하고 험난한 투쟁을 벌였던 시기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는 오랫동안 노동자 대표로서 롤러코스터 같은 격변의 세월을 견뎌냈다.



하지만 나는 강사의 지나온 무용담보다는 어떻게 직장인이면서 책을 여러 권 내고 강연도 다니고 할 수 있지? 그것이 더 궁금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할 수만 있다면 저와 같은 방식의 삶도 괜찮아 보이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책을 쓰거나 강의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어느 날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당장 책이 나오고 강의를 하러 다닐 계기가 뚝 떨어지듯 주어지진 않을 것이다. 아무튼, 직장 재직 중이면서 책을 내고 전국으로 강의를 하러 다닌다? 꽤 닮아보고 싶은 생활이다 싶었다.


그래서 주저 주저 하다가, 강연 말미에 손을 들고 물어보았다.

책과 강연을 하기에 앞서서 글이 먼저 있었을 것이다.

결국은 직장 다니면서 글을 썼다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직장 다니면서 글을 쓸 수 있었는지?

직장 일을 하면서, 글을 쓰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더더구나 책까지 발간하고.

별도의 글 쓰는 시간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강사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사실 직장 다니면서 글을 쓰기는 쉽지 않다.

회사일에 치여 퇴근하면 집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기다리고 있다.

내 시간이 있을 수가 없다.

글은 내 시간이 있어야 쓸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매일 아침 새벽시간에 깨어나 글을 썼다고 했다.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쓰고 올렸다.

아침 새벽시간에는 회사도, 집안 식구들도 어느 누구도 그를 간섭하지 않는다.

온전히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그것들이 모여서 나중에 책을 펴낼 수 있었다.

대략 그런 이야기였다.


그의 이야기가 내게 조금은 단초를 주었다.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써볼 수도 있지 않을까.

글이 쌓이면 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대략 그 정도의 어렴풋한 윤곽을 잡았다.




사실 개인 블로그는 이미 만들어놓은 상태였다.

다만, 무엇으로 내용을 채울지가 정해지지 않아 텅~텅~ 빈 상태였다.

가장 많이, 자신감 있게 쓸 수 있는 것은 회사 일과 관련된 것이다.

하루 평균 최소 9시간 이상은 회사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는 쓰고자 한다면, 회사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나의 개인 블로그에 회사 사람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노출시키는 것이 적정한 것일까.

흔히들 일상을 쓰면 된다고 하지만 회사일과 회사 사람들의 이야기를 쓸 경우를 상상해 보니 뒤따라올 부작용들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회사일이란 대개 내부적인 문제들이고 회사 사람들이란 대개 갈등과 해소의 이야기들일 것이다. 나중에 개인 차원으로는 뒷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그런 궁리와 검토 끝에 결국 회사와 관련한 내용은 블로그에 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다른 방향의 주제가 필요했다. 겨우 고심 끝에 잡아본 주제 겸 소재는 "영어를 학습하면서 발전해 가는 나의 모습 관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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