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 저널링 노트 활용법

나만의 손글씨 저널링 노트 활용법

by 지훈

손글씨 저널링 노트를 활용하는 방법은 각자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내 경우에 한정하여 정리해보고자 한다. 보통은 노트의 첫 장부터 쓰기 시작하는 것이 통상일 것 같다. 그런데 나는 항상 노트의 맨 앞 두세 장 정도는 비워두고 시작한다. 왜 그러냐고 하면, 나중에 노트를 맨 뒷장까지 꽉 채웠을 때 뭔가 지금 필기한 노트에 쓴 내용과 연관하여 더 첨가할만한 내용이 있다면 그것을 쓸 공간을 미리 마련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럴 여분의 상황을 늘 염두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딱히 그런 용도로 활용되었던 적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또 다른 이유로는 기사 검색 또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흥미를 돋우는 책이나 저자, 또는 영화, 음악이나 작가 등의 이름과 제목을 듣게 되면 앞 장의 빈 공간에 일단 적어둔다. 그렇게 적어두었다가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그것들을 진중하게 찾아보거나 읽어보려 하는 것이다. 일종의 읽거나 볼만한 정보, 제목 목록 기재를 위한 각별한 빈 공간이다. 노트 중간에 이런 정보들을 기입하다 보면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는 어디다가 무엇을 썼는지 조차 잊어버리거나 못 찾게 되기가 십상이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최근에 노트 맨 앞장에 메모해 두었던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김홍도 오 드 퍼퓸 - 오하니 조향사"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첼리스트 이재리"



책 제목도 있고 인물도 있고 피아노 연주곡도 있다. 언론의 도서 서평 코너에서 메모한 것도 있고,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경우, 또는 어떤 유튜브 방송을 보다가 메모한 것들이다. 그때그때 나중에 찬찬히 읽거나 보거나 들으면 괜찮겠다 혹은 뭔가 흥미로운 콘텐츠가 있겠다 싶은 것들을 대중없이 적어 놓는다. 그런데 실제로는 시간 날 때 찾아보겠다고 해놓고는 제대로 찾아본 적이 많지는 않다.




김홍도 오 드 퍼퓸. 향수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것인데. 뭐 딱히 내가 향수에 조예가 있는 편은 아니다. 다만, 향기 나 냄새에 대하여 조금의 관심을 갖고 있다. 김홍도 오 드 퍼퓸은 오하니라는 조향사가 매화와 묵 향의 느낌을 주며, 창작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제조한 향수라고 한다. 그런 생각을 물리적인 실체인 향기, 향수로 구현한다는 것이 놀랍다.


첼리스트 이재리. 이제 만 15세인데, 올해 쇤벨트 국제 현악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했다. 개인적으로는 수상 소식 보다도 언론에 보도된 이재리 첼리스트의 사진 속 눈빛에 아주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자신감 넘치는, 보는 이를 압도하는 눈빛이었다. 나 자신이 15세이었을 무렵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부끄러움을 많이 탔던 모습과 비교되어 부러웠다. 10대 중반에 어떻게 이런 당당한 표정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자신이 하는 것에 대한 명확한 자기 확신이 드러나 보였다. 저런 표정을 닮고 싶어졌다. 오랫만에 누군가를 닮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자신 보다 연배가 많거나 경험이 많은 이들 중에서 닮고 싶은 사람을 찾아보게 되는데 굳이 그렇게 한정할 필요가 있을까. 나이와 상관없이 내가 닮고 싶은 점이 누군가에게 있다면 그 분이 나의 진정한 선배님이실 것 같다.




또 다른 나만의 특이점은 노트의 앞쪽부터 쓰기도 하지만 동시에 뒤쪽으로부터 써 내려가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앞에서부터 차례로 써나가는 순서가 있다면, 맨 뒷장부터 앞쪽 면으로 써나가는 역순도 있다. 앞뒤에서 써나가면서 중앙의 장으로 가까워지는 방식이다. 앞에서부터 쓰는 것은 하루에 겪었던 일 중에 기억에 남거나, 인상적이었던 것, 또는 새로운 지식이나 사람에 관한 것들을 간단하게 메모해 둔다. 오늘 접한 뉴스 보도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 내가 잘 몰랐던 정보나 전문용어, 지식, 오늘 만난 사람들, 오늘 대화한 이야기, 기술과 금융 지식, 책 이야기 대략 이런 것들이다. 하루 정돈 저널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부분 현실 경험의 이야기들이다.


노트의 뒤쪽에서부터 쓰기 시작하는 것은 간 밤에 꿈속에서 겪었던 일들에 대한 메모들이다. 앞장부터 쓰는 내용들이 현실세계의 이야기라면 뒷장부터 쓰는 이야기는 현실 너머 세계의 이야기다. 꿈속에서 겪은 체험들은 이젠 소설과 같은 방식으로 정돈해봐야 할까 그런 생각을 요즘하고 있다.




한편, 손글씨 저널링을 노트에 한다고 하면 흔히들 차분하고 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아침에 모닝커피 한 잔과 함께 자연 풍경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천천히 감상과 상념을 적어보는 것과 같은. 또는 저녁 시간에 침대로 가기 전에 하루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정돈해 보는 명상과 같은 시간이 연상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글 쓰는 이의 성격과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의 경우는 다소 중구난방이고 생각이 널뛰듯, 서쪽에서 동쪽으로 혹은 남북으로 순식간에 왔다 갔다 종횡무진한다. 그것이 내 생각의 흐름의 특징이다. 점이 고스란히 노트 저널링 필기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 한마디로 썩 가지런하거나 정돈된 방식의 노트 필기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편이어서 몰랐던 지식이나 정보를 마주하게 되면 가급적 그날 노트에 그 부분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필기를 해둔다.


그리고 수시로 미래 계획이나 예측 설계하기를 즐겨하는 편이라서 메모의 상당 부분은 앞으로의 할 일이나 할 것, 또는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일정이나 계획 또는 구상을 두서없이 늘어놓는 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출되기도 한다. 간혹 그런 아이디어는 나중에 실제 생활에서 적용을 해보기도 한다. 물론 대다수의 아이디어는 비현실적이거나 현실 적용도가 낮아서 아이디어 상태로만 남아있다.




그래서 내가 손글씨 저널링으로 채운 노트를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가끔 열어서 읽어보면 전혀 정돈되어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나의 머릿속이 제대로 뒤죽박죽임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내가 무엇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그것은 다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해 준다. 딱히 체계적이지 않으면서 정돈되어있지 않은 무질서의 질서를 보게 된다. 하지만 매우 가지런하게 정돈된 필기 노트 보다, 그런 좀 카오스 상태의 노트 상태가 보기에 썩 괜찮다. 왜냐하면 사무실에서의 업무는 항상 결과물이 단정하게 딱 떨어져야 한다. 결과물의 페이퍼도 논리적으로 군말 없이 개조식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글씨체나 줄간격, 표의 형식도 맞춰야 한다. 그래서 나의 손글씨 저널링노트는 그런 틀이나 규범에서 아주 한 참 멀리 벗어나 있다. 글씨 크기나 줄간격도 맞추지 않으며 간혹 띄어쓰기도 무시하고, 주절이 글을 늘어놓기도 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압축해 버리고, 만화나 그림을 그려 넣어보기도 한다. 사무실에서 업무용 글쓰기가 논리 기반의 규칙에 따른 사각틀 안에서 맴도는 듯하다면, 손글씨 저널링은 감정, 생각, 아이디어를 마음대로 그려 넣는 열린 공간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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