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신청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한 번 해보면 어때?

by 지훈

처음부터 그럴 요량은 아니었다. 손글씨 저널링을 시작하면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해볼까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한창 손글씨 저널링에 열심인 것을 안 지인이 갑자기 지나가듯이 툭 던지며 말을 꺼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한 번 해보면 어때?





브런치 작가 신청? 사실 그 말을 듣는 순간, 2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브런치 작가 신청을 2년 전에 한 번 시도했었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무엇이든 간에 탈락 통지는 아무리 느긋한 마음으로 읽어도 속이 쓰리다. 왜냐하면 제 아무리, 그냥 시험 삼아 신청서 제출한 것이야라든가, 거의 100% 탈락일 거야라고 떠들고 다녀도. 내심은 초조하다. "축하합니다"라는 글자를 보고 싶고, 선정될 것을 속내는 간절히 욕망하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탈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가장 큰 문제는 당시에는 그냥 내가 재밌을 것 같다고, 나만 흥미로운, 내가 쓰고 싶은 것만 썼기 때문이었다. 읽는 이를 염두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물론 글은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써야 한다고 본다. 쓰기 싫은 것을 억지로 쓸 일은 아니다. 다만, 간과한 점이 있었다. 읽는 사람을 염두해야 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읽고 싶을 만한 글 또는 읽을만한 흥미와 관심을 가질만한가에 대한 객관적인 성찰이 필요했다. 또 한 가지는 아마도 뭔가 문장을 좀 그럴싸하게 꾸며서 쓰고자 했던 것 같다. 나름 작가스러워 보이기 위하여 소위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던 것이다. 이러저러한 수식이나 난해한 용어와 복잡한 문장구조를 만들어 내었던 것 같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관심이 있든 말든 내가 말하고 싶은 것만 목청껏 외치고자 한 것과 그 전달방식에 꾸밈 장식이 과도하게 들어간 것. 그것이 탈락의 직접적인 이유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돌이켜 스스로 진단해 보건대 그러했다.


그 이후에는 브런치 작가 신청을 다시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번에 신청할 때는 검토받을 원고로 손글씨 저널링에 관한 글을 써서 냈다. 당초에 생각했던 것은 손글씨 저널링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맨 처음에는 내가 일터에서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써볼까 했다. 어쨌든 그것이 내가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하는 것이고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것이니 가장 쓰기가 쉬울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웬걸 막상 써보려고 하니, 글이 써지지 않았다. 회사 업무와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또는 외부 협력업체들과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쓰려고 하니 일단 주저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주로 발생되거나 기억에 남는 일은 사실 화기애애하게 좋은 일보다는 뭔가 갈등관계나 또는 긴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해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거나 대개 이런 것들이다. 결국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쓰게 될 수밖에 없는데 지금 내가 급여를 받고 생활하는 곳의 이야기를 그런 식으로 순전히 내 감정에 기반하여 묘사하는 것이 적절한가? 의문이 들었다. 범위를 좁혀서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해 써보는 것도 생각했는데, 아무리 그려봐도 내 업무가 그다지 사람들에 보편적인 흥미를 유발할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브런치에 올라온 글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어떤 글들이 쓰이고 있고, 어떤 식으로 쓰이고 있는지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었다. 눈에 우선 들어온 것들은 반려견 또는 반려식물과의 동거, 여행 에세이, 퇴사 경험담, 자기 계발, 창업, 전문직 업무, 엄마와 나, 혹은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이야기 등등. 쭈욱 읽어보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대부분의 소재나 주제들은 이미 이것들을 충분히 많이 쓰고 있는 작가들이 있었다. 그러한 소재들에 대해서는 그 작가들과 비교하여, 내가 앞으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들 그들 보다 더 잘 쓰게 될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대학원 진학 도전하는 과정에 관한 글이었다. 작년 하반기에 올해 대학원 학위 과정을 밟기 위해 알아보고, 준비하고, 지원신청 서류를 내고, 서류 합격 통보를 받고,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던 일련의 순간들을 하나씩 정돈해보려고 했다. 직장을 다니고 있는 관계로 학위 과정 수업은 저녁이나 주말 수강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입학도 하기 전에 대학원 수강 등록을 포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학위과정에 도전하고 합격하기까지의 이야기는 나름 감흥을 줄 것 같은데, 첫 학기 수업도 듣지 못하고 조기 포기를 하게 되는 끝맺음은 이것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지 의문스러웠다.


그래서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 내가 노트에 기록하고 있는 이야기로 돌아왔다. 남들과 조금은 다른 나만의 이야기에 집중해 보자. 소위 차별화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난관이 있었다. 그것은 그 이야기가 꿈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간밤에 꾼 꿈을 깨어나서 노트에 기록하고 있다. 나는 매일 꿈을 꾼다. 깨어나도 꿈속 장면이 마치 현실에서 직접 겪은 것처럼 생생하다. 노트에 적은 꿈을 모아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까 잠시 생각했었다. 꿈저널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소재의 특이성과 흥미성은 있을지 모르겠는데, 다시 검토해 보니 일반 사람들이 어느 정도 범위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너무 비일상적인 소재로 가버리면 선정이 안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결국 저널링, 그중에서 손글씨 저널링이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요즘 워낙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라인 디지털 기기에 잠식된 삶을 살고 있으니까, 그래서 역으로 디지털 디톡스에 관심들이 있니까, 손글씨 저널링이라면 어떨까 싶었다. 손글씨 저널링은 내가 지금 직접 하고 있는 것이고, 매일 경험하는 것이니까.




이전 16화대학원 입학을 포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