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도움 없이 글쓰기
우선, 인공지능의 아무런 도움 없이, 사람 작가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 글을 쓰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작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기획하고 소재와 주제를 잡고, 제목을 고르고 내용을 구상한 다음에 문장을 만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자료를 수집하거나 현장을 취재하기도 하고 관계되는 이들을 인터뷰하기도 할 것이다. 이것은 기존에도 있었던 방법인데, 어쩌면 인공지능 시대가 굳건하게 확산된다면 앞으로 이 방식은 점차 희귀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중에서 "현장을 취재하고 본인이 잡은 주제와 관련된 이들을 인터뷰"하는 일은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다.
장강명 작가의 "먼저 온 미래"라는 책이 그렇다. 소설이 아닌 논픽션이며 일종의 르포르타주이다. 작가가 발로 뛰어서 직접 사람들을 만나면서 취재한 내용들을 갈무리한 것이다. 작가가 직접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인터뷰하는 것은 인간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물론 언젠가는 그 마저도 로봇 신체를 장착한 인공지능이 대체할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당분간은 그런 면대면 접촉은 인간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영역일 것 같다. 물론, 인터뷰 내용을 녹취하고 정리하고 다듬는 일은 인공지능이 매우 빠른 속도로 처리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에게 직접 연락을 하고, 만나고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고, 상호 소통하면서 의미 있는 또는 간혹 무의미할 수도 있는, 때때로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끌어내는 것은 사람 작가가 할 수 있는 고유의 것 아닐까 싶다. 물론, 인공지능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조만간의 미래에 인공지능이 이 영역까지 침범해서 들어올 여지가 없다고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껏 보시면 아시겠지만 나의 글은 대체로 확정적인 방식으로 문장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그러그러할 것이라다라든가 또는 그러그러할지도 모른다. 또는 그러그러할 수도 있다 정도로 일정 정도 있을 수 있는 가능성과 또한 어느 정도 없을 수도 있는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고 포용하는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혹자는 나의 언술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이라면 도대체 당신의 명확한 입장은 무엇이오?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앞으로의 미래나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명확하게 단정적으로 알아맞히기도 힘들고 그와 같이 말할 수도 없다는 점을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추가해서, 나의 생각과 마음은 하루에서 수십 번 바뀌고 변화하기 때문에, 나로서는 오늘의 내 주장이 내일의 내 의견과 서로 상이하거나 배치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점 깊은 양해를 바란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아무런 도움 없이 창작하고 글쓰기를 하는 작가들의 글이 아주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작가가 자신이 인공지능의 도움 전혀 없이 글을 집필했음을 입증할 수만 있다면 그것에 흥미와 관심을 갖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앞으로 거의 모든 글들이 인공지능의 직간접적 조력으로 쏟아져 나오는 세상이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런 세상에서는 인공지능 도움 없이 자력으로 집필한 글이 희소성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장강명 작가의 르포르타주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쓴 글과 대비하여 아무래도 작가 개인의 직접 체험을 서술한 글이 주목받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은, 이미 보편적인 이야기 또는 웬만한 수준의 상상 이야기는 기존에 공개된 무수한 글들을 이미 충분히 차고 넘치게 학습한 상태일 것이다. 그와 차별화를 꾀하려면 사람으로서의 내가 직접 체험하고 겪은 이야기를 글로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요사이 그렇다. 블로그나 글쓰기 플랫폼 등의 글에서, 또는 간혹 언론기사 중에서도 일반론적이며 보편타당한 논지의 글을 읽다 보면 혹시 이 글은 인공지능이 써준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자주 든다. 왜냐하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것처럼 보이며 해당 문제를 포괄적이며 일반적으로 다루면서 결론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만한 내용으로 매듭짓는 모양새를 보면 인공지능의 어투가 물씬 풍긴다. 사람이 갖는 특유의 실수, 어색함, 덜 다듬어진 표현 이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을 때, 나는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글이 인공지능이 개입한 글이 아닐까 의혹에 사로잡힌다. 그런 의혹이 짙어지면 글을 읽고 있던 감흥이 순간적으로 깨져버리고 그 글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오히려, 어떤 글은 당초 작가 본인이 설정한 제목이 정한 방향이나 논지에서 다소 어긋나거나 좀 엉뚱하게 샛길로 빠져 작가 본인이 직접 겪은 다른 경험 이야기로 가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은 차라리 그런 글에서 이 글은 정말 사람인 작가가 쓴 것 같다는 인상을 받으며 되려 글과 작가에 대한 신뢰감이 가고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한다.
이런 경험은 나만 느끼는, 편견과 선입관에 기반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이러한 개별적이고 매우 개인적인, 인간으로서의 구체적인 개별 경험이 더 중요해질지 모른다. 그래서 인간 작가가 살아남으려면 현실세계에서 나 개인이 겪는 개별 경험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