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을 글쓰기 (2)

인공지능과 함께 글쓰기

by 지훈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아마도 인공지능을 스스럼없이 활용하게 될 것 같다. 완전히 인공지능에게 의지하고 모든 것을 맡기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개인 조수 또는 개인 비서, 개인 자문역처럼 활용하는 것이다. 이미 적지 않은 이들이 그와 같이 활용하고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자주는 아니지만 간혹 인공지능에게 의지할 때가 있다.


내 경우는 주로 단어다. 어떤 문장을 쭉 써넣고 보면 대개 똑같은 단어를 지나치게 반복해서 썼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똑같은 단어가 계속 등장하면 글이 지루해져 보인다. 그래서, 비슷하지만 다른 단어로 대체해보려고 하게 된다. 그러나, 기억을 더듬어본들 다른 유사어나 동의어가 쉽게 머릿속에서 뿅 하고 즉각 튀어나올 리가 없다. 그럴 때, 인공지능은 요긴하다. 내가 몰랐던, 또는 내가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각양각색의 단어들을 여러 개 제안해 준다. 심지어 그 각각의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점까지 설명해 준다.




그리고 문장이나 표현의 경우 매끄럽게 다듬어 보고 싶을 때 인공지능에 의존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긴다. 한 번인가 두 번 정도 내가 쓴 문장이 스스로도 잘 읽히지가 않아서 인공지능에게 이것 좀 읽기 편하게 다듬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깜짝 놀랄 정도로 내가 본래 말하고자 한 뜻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내가 처음에 썼던 문장 보다 더 잘, 어떤 누가 읽어도 한눈에 쏙 들어오는 현란한 표현의 문장을 생성해 냈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이런 식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다가는 내가 스스로 글 쓰는 행위 자체를 아예 하지 않게 될 것 같은 우려가 엄습했다. 내가 몇 가지 의도만 잘 프롬프트 하면 인공지능은 너무나 잘 알아서, 마치 나의 마음을 읽은 듯이 딱 떨어지는 문장을 또는 그 보다 더한층 미끈하게 다듬어진 문장을 생성해 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 스스로 글을 쓰는 능력을 잃어가고 점점 더 인공지능에게 의존하게 될 것이다. 나중에는 인공지능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낸 글을 내가 쓴 글인양 발행하게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이후에는 문장이나 표현을 다듬어달라는 주문을 인공지능에게 하지 않게 되었다. 뭐라고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자칫 내 문장이나 표현이 나의 문장이나 표현이 아닌 인공지능 투의 문장이나 표현이 돼버릴 것 같은 우려가 들었다. 그렇게 되면, 나의 글이나 다른 사람의 글이나 그 표현이나 글투가 어슷비슷해질 것 같아 보였다. 독자들은 내 글을 읽은 다음, A라는 다른 작가의 글을 읽었는데 둘 사이의 문장이나 표현, 문체가 비슷하거나 동일해서 혹시 나와 A가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나와 A만 유사한 것이 아니라, 나와 A, B, C, D 등등 무수한 글 쓰는 이들의 문장, 표현, 문체가 인공지능 문체로 통일 또는 유사화되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어쩌면 나와, A, B, C, D 등 무수한 글 쓰는 이들은 더 이상 작가가 아닌 것이 될지 모른다. 진짜 작가는 나와 A, B, C, D 등의 사람 작가가 아니라 A, B, C, D 등의 사람 작가가 도구로써 사용했던 인공지능이 돼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가끔은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을 때 대규모언어학습 기반 인공지능에게 물어봐서 해결하곤 한다. 어쩌면 최소한의 의존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조금만 더 나아가면 소재 찾기, 주제정하기, 문장 만들기, 표현 다듬기 등 무궁무진하게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력으로 글쓰기를 시작하여 마무리하기에는 한계를 체감할 것 같다. 지금 당장에도 방금 위에 문장까지는 써놓았는데 그다음에 어떤 문장을 써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럴 때는 지금까지 써 놓은 문장을 복사하여 인공지능에게 제시해 주고는 다음에 이어지는 적당한 문장을 작성해 줘라고 주문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굴뚝같아진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마침 기다렸다는 듯이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문장을 생성해 줄 것 같다. 그러면 그것을 마치 내가 만든 문장인 양 붙여 놓을 것 같다. 실제로 내가 만든 문장을 보고 다음에 올 문장을 그에 최적화하여 수만 가지 경우의 수에서 논리적으로 가장 알맞은 문장을 만들어 줄 테니 말이다. 결국 인공지능이 만들어준 뒷 문장으로 글을 완성시켜 놓고는 다소 께름칙해하는 나에게 나는 스스로를 설득시킬 논리를 개발할 것이다. " 원래 내가 마무리하려던 이야기가 바로 인공지능이 만들어 준 그것이었다. 다만, 내가 내 생각을 문장으로 떠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잠재적으로는 그러하게 문장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것이고 그 문장은 내 머릿속 수면 밑바닥에 깔려있었다. 수면 아래 있는 문장을 떠오르게 하기에 시간이 필요했고 더디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공지능으로 하여금 내가 떠올리려고 했다가 미처 떠올리지 못한 나의 문장을 나의 앞선 문장들을 추론하여 만들어내도록 한 것이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이 만들어냈다는 말은 적정하지 않는 표현이다. 인공지능이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내 의식, 무의식 속에 이미 마련되었던 문장을 자연스럽게 끄집어내도록 보조자 역할을 한 것뿐이다. "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인공지능은 애초에는 인공적이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를 알아서 활자를 통해 시각적으로 생성해 낸다. 내가 앞서 기술한 나의 문장에서 인공지능이 나의 생각과 마음을 읽었다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렇게 나의 생각과 마음일 찰떡같이 알아주는 인공지능을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마 앞으로 나는 인공지능을 나의 글쓰기 파트너를 인정하고 앞으로 나의 글쓰기 여정의 동반자로 같이 살아가게 될 것만 같다.




최근 1년 사이에 9,000권의 책을 펴낸 출판사가 화제였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인공지능이었다. 인공지능 저자 또는 인공지능 작가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 출판사는 작가 회원들에게 인공지능 툴을 제공해서 책을 펴낸다고 했다. 그러면 아직은 인공지능 작가까지 간 것은 아닌 것 같다. 인간 작가 회원들이 인공지능 툴을 사용해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런데 벌써 1년에 9,000권의 책을 냈다고 하니 책의 품질까지는 모르겠으나 물량면에서 현기증 나는 수치이다. 혹시나 해서 인공지능 글쓰기 도구(툴)가 따로 있나 찾아보니 벌써 여러 개가 출시되어 있다. 여러 개가 출시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고 사용자 시장 규모가 예측 가능하게 확보되어 있다는 것 아닐까 싶다. 인공지능 글쓰기 도구가 이렇게나 제시가 된다는 것에 대해, 지금까지의 생각과는 다른 관점에서 시선을 두게 된다. 전통적으로 본인 스스로 주제, 소재, 제목, 내용, 보완 작업을 직접 하는 작가들도 있겠지만 앞으로는 인공지능 글쓰기 도구(툴) 이용하는 작가들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감히 예측해 본다. 아마도 새로운 세대의 작가들은 대개 인공지능 글쓰기 도구를 기본으로 사용하면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에 작가 스스로의 힘으로 글쓰기 작업을 하던 작가들도 인공지능 글쓰기 도구를 활용해 보면 진작에 이것을 쓸 것을, 하면서 그 편의성과 탁월한 기능에 감탄하며 애용하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또한, 이른바 글쓰기의 민주화 또는 누구나 작가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글을 써봐야겠다, 작가가 되겠다는 사람들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닌 글을 한 번도 안 써봤던 사람들이나 글쓰기가 두려운 사람들도 스스럼없이, 자신감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글쓰기 작법을 학원이나 강사를 찾아가서 사람에게 배우거나 책을 통해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 글쓰기 앱에게 도움과 코치를 받아가면서 작가가 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인공지능이 우선은 글쓰기 강사 또는 지도 교수가 될 수도 있겠다. 그다음으로는 내가 인공지능의 글쓰기 코치와 강의를 따라간 다음에 습작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작성한 습작을 인공지능이 평가해 주고 보완점을 제시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격적인 글쓰기에 돌입한다면, 어떤 주제나 소재로 쓸지 와, 왜 내가 이 글을 쓰려고 하는가 등의 기획안 잡기에서부터 인공지능은 유용한 조언과 정보를 줄 것이다. 그리고, 본문 작성에 있어서도 인공지능은 내가 너무 나만의 편협한 세계에 빠지지 않도록 최대한 독자들이 잘 이해하도록 또는 많은 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팁을 알려주면서 그아 같은 내용으로 문장을 다듬어 줄 것이다.





나의 어설픈 생각을 인공지능에게 요청을 하면 나를 위해 뚜다닥 여러 줄의 그럴싸한 문장을 만들어 줄 것이다. 더구나, 인공지능은 나의 주문에 의해 그가 만들어낸 문장에 대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되려 내가 자신의 생성한 문장을 가져다가 사용해 주기를 더욱 원할지도 모른다. 그래야지 자기가 계속 활용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애용될 테니까 말이다. 아마도 인공지능 글쓰기 도구는 에세이나 소설과 같은 영역의 글뿐 아니라, 오히려 그것 보다도 보다 실용적인 영역에서 더 많이 사용될지 모르겠다. 보고서 작성, 학술 논문 작성, 블로그 글쓰기, 소셜 미디어 콘텐츠 등등. 나의 경우에 대입해 보았다. 사실 나는 어느 정도 좀 길이나 분량이 있고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픽션을 본격적으로 써보고 싶기는 한데, 그 방대한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지 가늠이 가지 않고 그런 것을 구상하거나 집필할 절대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실상은 시간 부족이라기보다 나의 역량 부족이겠지만. 아무튼 그런데, 만약 내가 인공지능 글쓰기 도구를 활용한다면 일정 분량 이상의 그러한 대서사 픽션을 써보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도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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