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 저널링의 효과 - 8 to 5

8시부터 5시까지

by 지훈

출퇴근 시간이 아니다. 수면시간이다.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나의 현재 일일 수면시간이다. 대략 9시간을 잠에 할애하는 것이다. 올해 2월부터 수면 패턴을 이렇게 바꿨다. 현재까지 이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혹시나 해서 주변에 나와 비슷한 수면 패턴을 가진 분이 있을까 물어보았는데 현재까지는 유사한 경우를 못 찾았다. 나도 처음부터 이런 패턴으로 생활해 온 것은 아니다.




내 주위에는 밤 12시 넘어 잠자리에 드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내 주변뿐 아니라 이 나라 국민들, 많은 세계인들이 밤 12시 넘는 시각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인터넷과 온라인, 기술 환경의 발달로 하루 24시간 온갖 뉴스와 콘텐츠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쏟아지고 있으니까. 인공지능 관련 신기술이 적용되면서 그런 경향은 더욱 가중되는 것 같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면증과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나도 한동안은 스마트폰과 랩탑으로 온라인에 접속되어 숙면을 취하지 못한 날들이 꽤 있었다. 어느 날 계속 이런 식으로 매일을 생활할 수 없다는 자각이 왔고, 늦어도 밤 12시 이전에 취침하기로 모드를 바꾸었다. 그때 설정한 취침 시작 시간은 밤 10시였다. 보도 기사였는지 책을 읽었던 것인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인간의 피부 재생과 신체 회복은 밤 10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수면을 취하고 있을 때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꼭 과학적인 분석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설명이었다. 또 하나는 매우 주관적인 견해이기는 한데, 페로의 동화 속 신데렐라가 밤 12시가 되기 전에 왕궁의 무도회장을 빠져나온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혹시, 마법이 풀리는 것 이외에 또는 마법이 풀린다는 것도 일종의 은유일 수 있으니까 실상은 12시가 넘어가면 망가지게 될 본인의 피부 관리를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밤 10시로 정하게 된 주요 이유다. 인간이 밤에 눈을 감고 잠을 자야 하는 이유를 길게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 그에 관한 연구와 책, 기사들은 충분히 나와있고 대화용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가끔은 오히려 그런 세밀한 정보를 인터넷 검색과 대화용 인공지능에게 물어보고 확인하느라고 역설적으로 나의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다.




밤 10시 취침 시간으로 설정한 이후에는, 회사 회식이나 또는 외부 모임에서도 설혹 저녁 늦게까지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밤 10시 이전에는 나오려고 했다. 오랜만에 회식인데 벌써 가면 어쩌냐는 만류가 간혹 있지만, 내 경험상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그 자리에 있으면 대개는 그 앞 시간에 나올 만큼 나온 얘기를 다시 한번 재탕, 삼탕 되어 무한 반복하기 십상이다. 다행히 요즘은 그렇게까지 무리하게 저녁 자리가 길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밤 10시에 취침하면 아침에 대략 6시에서 7시 사이에 깬다. 작년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오전 6시 기상을 고수했다. 그리고 아침 1시간 정도는 학습에 시간을 투입했다. 그런데, 밤 10시 취침을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에 업무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야근과 빈번한 휴일 근무가 발생했고 밀리는 일을 처리하느라고 심신이 쉴 틈이 없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른 회사 사람들과 영어 스터디를 몇 개 진행하고 있었는데 대개 시간이 저녁 10시에서 11시까지였다. 그러다 보니 밤 10시 취침 패턴은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웠다.


작년 말에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올해 2월에 대학원 진학과 학습을 그만두었다. 영어 학습도 중단했다. 그러면서 건강 회복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수면 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로 해보았다. 당초는 저녁 9시 취침을 고려했는데, 생각해 보니 저녁 9시면 나도 모르게 그때부터 각종 온라인 콘텐츠를 시청하거나 검색하다가 순식간에 밤 12시가 넘어가 버린 적이 부지기수였다. 이 참에 아예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최대한 앞으로 당겨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저녁 8시로 잠자리 시간을 설정하게 되었다.





내가 저녁 8시에 잔다고 하면 대부분 놀라워하면서 그 시각에 잠이 오냐는 반응이 많다. 내지는 대개 아이들을 일찍 재우는데, 통상은 아이들 취침시간이 9시인 점을 비교하여 어떻게 본인들 아이들보다 더 일찍 잘 수 있는 가에 대해 당황스러워한다. 나도 처음에는 저녁 8시 취침이 가능할지 의심했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가능하다. 그리고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 사실 저녁 8시에 침대에 오른다고 해서 바로 의식을 잃고 잠에 빠지지는 않는다. 대략 뒤척이는 시간 30분 내지 1시간은 고려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실제로는 9시 정도부터 수면 모드로 접어든다고 봐야겠다.


중요한 것은 그와 같이 패턴을 만들면서, 위에서 언급한 필수적인 피부와 신체 재생시간 밤 10시~새벽 2시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시간에 잠을 자기 위해서는 조금 더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내 경우, 9시까지 깨어있으면 그때부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각종 뉴스, 콘텐츠, 영화, 음악 시청과 청취가 이어져 결국 밤 12시를 넘기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중에 세상을 떠나면 어쩔 수 없이 안 자려고 해도 깊은 잠에 빠지는데 굳이 현생에서 잠을 그렇게 많이 잘 필요가 있느냐. 잠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더 열심히 일하든, 공부하든, 놀고 즐기든 현실의 삶에 열정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구나 잠을 많이 자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까지 한다. 친구들이나 동료들 반응도 대개 비슷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선, 잠을 적게 자거나 많이 자는 것은 각자의 체질과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체력이 원체 약한 편이어서 자주 많이 쉬어야 했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여러 가지 스포츠와 레저 활동도 적지 않게 시도해 보았는데 선천적인 면을 완전히 개조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녁 8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수면시간 9시간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는 세상을 떠나면 깊은 잠에 빠진다는 생각. 아직 세상을 안 떠나봐서 잘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을 떠나는 것이 꼭 깊은 잠에 빠지는 일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눈을 감으면 잠에 빠지듯이 그렇게 의식을 잃을 수 있겠지만 어쩌면 우리가 잠에서 꿈을 꾸듯이 다른 꿈의 세계로 옮겨가는지도 모르겠다. 순전히 개인 생각이지만 세상을 떠나는 순간, 미처 몰랐던 새로운 세계와 다시 마주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눈을 감고 잠깐 잠에 빠졌다가 마치 꿈을 꾸듯이 다른 새로운 세계에서 눈을 새로 뜨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여기에서 처럼 다시 아기로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마치 지금 이 세상에 왔을 때, 이 세상을 처음 겪는 것처럼 신기해하며 시작했던 것처럼. 그렇게 다시 처음부터 어떤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잠 속에서 꿈을 꾸는 것도 그와 비슷한 경험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적어도 올해 한 해는 8 TO 5 수면 모드를 기본값으로 유지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어떤 일이든 예상치 못한 -부정적이라든가 긍정적이라든가 장단점으로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 파생 현상들이 나타난다. 이번에도 그랬다. 8 TO 5 수면 모드를 유지하면서 잠을 자는 동안 그 이전 보다 더 많이, 더 자주 꿈을 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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