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저널링을 시작하다 (1)

2025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꿈 저널링을 시작했다.

by 지훈

혹시 오해가 있을 수도 있겠다. 흔히 꿈이라고 하면, "비전"이나 "미래"를 연상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내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유명한 문장도 있다. 꿈은 "미래", "비전", "희망"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꿈 저널링은, 정말로 간 밤에 잠을 자면서 꾼 꿈들이다.




오후 8시부터 오전 5시까지로 수면시간을 바꾼 다음부터 부쩍 꿈을 많이 꾸게 되었다. 아마도 그 이전에도 꿈을 많이 꾸었던 것 같은데, 잠자는 시간을 늘리면서 점점 더 많은 꿈을 꾸게 되는 것 같다. 지금은 잠을 많이 자니까 꿈을 많이 꾸는 것인지, 꿈을 많이 꾸니까 잠을 많이 자게 되는 것인지 스스로도 좀 헷갈린다. 둘 다 서로 영향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문제는. 아. 사실 나는 이것을 문제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이것을 문제라고 인식하고 분류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문제"라는 단어를 쓰게 된다. 그래서, 문제는 잠을 자면서 꿈을 많이 꾸고, 또 깨어났을 때 대부분 그 꿈들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시작은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잠에서 깨어나도 생생하게 보이는 꿈 기억과 잔상들을 어떻게든 해소하기 위해 노트에 끄적인 것이었다. 한편으로는, 나의 수면 패턴이나 꿈. 꿈을 많이 꾸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몇 번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내가 수면 부족 내지는 수면의 질이 현격히 떨어지는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다는 진단이었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다는 우려와 동정 어린 시선들이었다. 이런 대화를 통해 깨닫게 된 것은, 대부분 사람들은 대개 꿈을 잘 꾸지도 않고 설혹 꿈을 꾸었어도 잠에서 깨어나면 바로 잊어버린다. 그래서 설사 꿈을 꾸었어도 바로 잊어버리니까 본인이 꿈을 안 꾸었다고 믿게 된다. 그래서 나처럼 하룻밤에 여러 편의 꿈을 꾸고 또 그 내용까지 기억하고 있는 경우는 많지 않은, 어쩌면 좀 특이한 사례에 속하는 것 같았다.




내가 잘 아는 지인은 심각하게 내 이야기를 한참 듣더니, 본인이 잘 아는 심리치료사 내지는 정신의학과 전문가가 있으니 방문을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넌지시 조언을 해주었다. 나의 상태를 염려해서 조언을 해준 것이 고맙기도 했지만, 왠지 나를 일종의 질병 보균자로 보는 것 같아서 막상 기분은 떨떠름했다. 지인의 눈빛이나 얼굴 표정에서 나를 좀 이상한 사람,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뭐, 사실은 나 역시 스스로 진단하기에도 너무 많은 꿈을 꾸고, 또 일일이 그 꿈들의 잔상이 머리에 남아있으니 이것이 나만 그런 것인지 의문스러워 전문가 상담을 받아볼까 고려해 본 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여러 궁리 끝에 가지 않은 것은. 이 분야 전문가들은 그동안 본인들의 전문 영역에서 집계, 축적한 데이터와 사례 분석에 기초하여 나의 경우를 진단, 검사, 관찰, 해석, 처방할 것 같았다. 그리고 나 역시 그런 사례 중의 하나로 분류될 것이고, 본인들의 어떤 가설이나 이론의 밑자료로서 활용될 것 같았다. 어쩌면, 나의 사례가 어떤 가설이나 이론의 밑자료로서 별로 활용가치가 없다면 소리 없이 폐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상상해 보면, 내 사례가 학회가 국제 콘퍼런스에 발표될 수도 있겠으나 그것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도 의문스러웠다. 나를 상담해 주는 전문가들이 실제 나의 꿈속으로 들어와서 내가 겪는 것과 동일한 경험을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결론적으로 나는 심리치료나 정신의학과 방문을 하는 대신에 꿈을 노트에 적어보기로 했다. 꿈 저널링을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