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서 떠올릴 수 있는 것
Camera : Sony A7RII
Lens : Sel 24-70gm
Photographed by @JIHOON_SEO
아직은 코 끝이 시린 2월 '빛의 문'이라 불리는 광화문 역시 하늘의 뜻을 거스를 순 없는 듯 하다.
빛줄기 하나 새어나올 틈 없는 빼곡한 구름의 흐린하늘 아래 이 날의 산책은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사진찍기엔 항상 아쉬운 흐린날이지만, 형형색색의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연인들, 친구들은 상관없는듯 각자 그 날의 추억들을 남기고 있었다.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소풍으로 교복을 입고 경복궁에 갔을 때는 역사를 가르치시는 담임선생님 덕분에 "다른 반은 에버랜드 가는데!!!" 하면서 친구들과 툴툴대며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유행은 돌고 돈다더니, 조선의 유행이 돌아왔나? 21세기 한류의 바람을 타고 내국인, 외국인 가릴 것 없이 사극에나 나올 법한 다양하고 화려한 한복들을 입고 경복궁을 찾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나에게도 저런 사진 한장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때의 내 모습은 아니지만 고궁의 미소짓는 처마 아래 '꺄르륵'거리는 학생들을 카메라에 담아 고궁의 돌담을 따라 국립민속박물관으로 향했다.
국립민속박물관에는 경복궁만큼 많은 사람은 없어서 사람에 치일 걱정 없이 넓은 시야로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경복궁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데, 왕이나 양반 같은 계층이 아닌 평민들의 생활방식을 볼 수 있었는데, 볏짚으로 지어진 집과 춘향이가 뛰어 놀것 같은 그네에서 그 시대에 평범하던 삶을 상상하게 된다. 볏짚처마 위로 까치가 울어주니 발걸음이 한 걸음 더 가벼워진다.
국립민속박물관 오른쪽으로 '추억의 거리'라는 작은 동네에서 영화의 과거회상 씬처럼 아버지의 유년시절을 상상하게 됐다. 낮은 건물들과, 끼링끼링 거리는 낡은 자전거, 전봇대들에서 나의 어린시절에 빗대어 아버지를 상상하다가 요즘 아이들을 걱정을 했다. 그들의 추억은 포켓몬고가 되려나? 이런! 모든 세대들의 유년시절은 아날로그적 향수를 불러일으킬텐데, 이렇게 꼰대가 되는건가.. 스스로나 걱정하자라는 마음으로 국립민속박물관을 빠져나왔다.
흐린날의 경복궁 산책은 내게 많은 것을 떠오르게 해주었다. 교복과 한복을 넘어 마리오와 피카츄 그리고 아버지를 떠올릴 땐 서태지와 지디까지, 오기 전까진 도저히 떠올릴 수 없던 생각들이었다. 경복궁은 오래된 궁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것 같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많은 추억들이 남을 것이다. 그러니 내추억만 멈추어있기 전에 열심히 오늘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