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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oon photogrphy Jan 02. 2017

2017 정유년 해돋이

정동진의 일출

Camera : A7Rii, iphone5s
Lens : sel2470gm, sel90m28g
Photographed by @JIHOON_SEO


2016년 12월 31일. 새해 일출, 해돋이를 보러 정동진으로 여행을 갔다.
한 해의 마지막이 되면 그 한 해를 되돌아 보는 것 같다. 2016년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 아무래도 본인에게 가장 큰 일은 퇴사를 결심했다는 것.
7월 경, 회사를 그만 두었지만, 2017년 정유년 1월 1일이 왜인지 시작같은 기분에 생에 처음으로 해돋이를 보러갔다. 

사실 필자는 굉장한 집돌이로 돌아다니는 것을 귀찮아 하고, 지인을 만나러 나가는 것도, 심지어, 여행 역시 귀찮아한다. 교환학생으로 처음 외국에 간 포르투갈에서도 대부분 학교와 집에서 보냈으니 나도 참 대단하다. 포토그래퍼로선 실격일지도; 그런 나에게도 퇴사의 결정은 큰 사건이었고. 새로운 마음과 각오를 다지고 소원을 빌러 해를 보기로 했다. '매일 똑같은 해인데 머하러 가~'라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출발을 하니 기분이 좋다.

대학시절 재수까지 해서 어렵게 들어간 대학교에서 동아리활동을 하면 과생활을 못한다 소홀해진다 등 이상한 루머? 혹은 진실? (사실상 과생활이란게 또다른 동아리나 다름없었다.. 그냥 학업에나 열중할 걸) 에 동아리활동도 안해본 내가 카페에서 우연히 찾은 동호회에서 처음으로 출사를 나가 보았다. 현장 답사 겸, 경험치 획득?을 위해서..

저녁 8시에 서울 잠실에서 출발해 약 3시간 정도걸려 정동진에 도착했다. 정동진에는 불꽃놀이와 화려한 레이저쇼, 그리고 소소하게 풍등을 날리며 친구끼리, 연인끼리 그리고 가족끼리 온사람들이 소소하게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다.

(다른 글씨는 잘 안보이지만 '똥'이라 쓰신 저분 새해에는 쾌변하시길...)

2016년은 모두에게 힘든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매일 비슷한 루틴에 그저그러한 삶을 우리들에게 뉴스에서 블록버스터급으로 연일 빵빵 터지는 한해가 아니었나 싶다. 광화문에 한마음으로 모였던 촛불들 만큼의 간절함이 아니라도 소소한 개인들의 소망의 불꽃도 ㅋ 하늘에서 들어주시길 새해에는 모두 복 많이 받으시길..

삼삼오오 모여 날리는 풍등들이 꽤나 수가 모이면서 절벽과 바닷가에 배모양으로 만든 익스테리어가 인상적인 가게에 조명을 더해 황금빛으로 물들어 퍽 그럴싸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풍들들이 만들어내는 비주얼은 치앙마이의 그것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반딧불이의 모임처럼 반짝반짝 예뻤다. (아침이 오기 전까진..)

사실 저런 익스테리어의 외관을 좋아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만든 콘크리트와 철골의 범선이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횟 집' 이라고 밝히는 네온사인과, 산 중턱에 올라간 크루즈, '바다가 보이는 전망!'의 숙박업체들 너나할 것 없이 자기주장을 외치는 간판들.. 도심생활에 지쳐 자연을 보러오는 사람들에게 더한 어지러움을 주는 것은 아닌가 우려되기도 한다. 

자연은 자연일 때 아름다운 것일텐데...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봤을 때, 아름다움과 동시에 부러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인구가 적어서 그렇기도 했다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동남아를 가더라도 바다에 어울리는 짚으로 엮은 방갈로나 상인들이 있다. 이곳에도 팔각정이 있지만 화려한 조명에 팔각정이 보일리가 없다. 전주한옥마을이나 서울의 한옥들이 이런 바닷가에 있었으면 우리의 바다도 우리의 색깔로 수 많은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으로 세계적인 명소가 되지 않았을까?

개당 각자의 소망들이 5000원에 판매되며 장관을 만들던 화려하고 예쁜 풍등들 역시, 여명이 밝아오자 검은 재가 하늘에 날리고 떨어져버린 소망들이 적힌 쓰레기들이 바다에 둥둥~ 떠다녔다. 수많은 인파가 모였는데 사람들 머리위로 재들이 떨어지거나 해돋이의 장관에 재를 뿌리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또 치울텐데라는 생각도 들고, 애초에 햇님에게 소원을 빌러온거 아닌가? "왜 소원 두탕뛰어?" 하고 햇님이 구름에 숨거나 삐질까봐 노심초사했다.

풍들들 때문에 사진 후반작업이 늘어나서 ㅠㅠ 힘들었다.

사진의 10배 정도의 인파들이 해안에 몰렸다. (펭귄인줄) 같이 갔던 카페 진사님들과 삼각대를 세우고 바닷가에서 철야를 했는데, 춥고 힘들었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사진을 못찍을뻔 했다. 

자! 이제 본격적인 해돋이

횟집의 조명들이 하나둘 꺼지고 여명이 밝아오며, '해무에 가려 중반부터 해가 뜰것 같다.'라는 우려와는 달리

짠~!

2017 정유년 둥근해가 떳다!

밤을 샌 보람이 있을 정도의 예쁜 햇님이 떠올랐다. '새해에는 돈 많이 벌게 해주십시요 (--)(__)'

구름 한점 없이 풍등 한점한점 다 지웠지만. 깨끗한 하늘에 밝은 태양이 떳다. 새해에는 좋은 뉴스가 가득하길 빌어본다.

맘에 들지 않았던 범선과 크루즈도 노란 해를 받아 실루엣으로 나오니 90년대 보던 홍콩영화가 생각나기도 한다.

태양은 높이 솟아오를수록 노란 빛을 내었다. 아침해가 빛나는 끝이 없는 바닷가 위로 노란 태양이 뜨니 빛이 파도에 부서저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내는데, 횟집 범선이 바다를 실론티로 만들어버렸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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