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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선생님 에피소드 1
"어이 거기 1 분단 맨뒤! 오늘도 자냐, 그만 좀 자라. 나중에 죽으면 평생 잘 수 있으니까 오늘은 그만 자라."
오늘도 도덕 선생님의 주특기가 나왔다.
철학을 공부했을 것 같은 선생님의 농담 섞인 훈계에 우리 반 학생 몇몇이 피식하고 웃는다.
피로를 달래 보겠다고 10분의 쉬는 시간에 잠깐 눈을 붙인 J는 수업 시작 종이 쳤는지도 모르고 책상과 한 몸이 되어있다.
결국 선생님이 바로 옆까지 다가가서야 잠에서 깨 기지개를 편다.
J는 이번 도덕 시간에 영어단어 몇 개를 더 외우려고 했는데, 선생님한테 미안해서 수업을 좀 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시험에 나오는 것들만 공부하던 수험생에게 도덕 수업은 아까운 시간이다. 비록 시험에 나오긴 하겠지만, 사회영역에서 4문제 정도일 텐데.... 나를 대변하기 위한 논리는 이때부터 머리가 커졌다.
하루는 선생님이 뜬금포를 던졌다.
"너희들에게 도덕보다 돈 버는 법을 가르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선생님도 공무원 월급 받고 소시민으로 살고 계셨기에 답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돈도 사람도 인문학과 철학에서 시작되는 거 아니겠냐며 수업을 이어가셨다.
정의란 무엇인가...
도덕 선생님 에피소드 2
J는 반장이다. 공부를 그리 잘 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보다 선생님들에게 이쁨 받고, 친구들하고도 사이가 좋다. J는 성실하다. 아, 관계에 성실하다.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게 내가 봐도 느껴진다. 아마도 J는 일을 잘 하는 회사원이 될 것 같다. 본인은 죽어도 넥타이를 안 매겠다고 하지만...
하루는 J가 복도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웠나 보다. 그리고 그걸 또 우연찮게 도덕 선생님이 목격했다. 그날 수업의 3분의 1은 J의 칭찬에서 시작되어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까지 고리타분했다. 어쨌든 선생님 왈 "항상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나중에 복이 돌아온다"는 결론이었다.
대학교 2학년 때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그 선생님께서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J를 칭찬하던, 착한 일을 많이 해야 행복해진다던...
J는 장례식장에 갔을까...
정의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