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리즘 16
2023.7.24~2023.9.2
이데올로기는 우리의 가장 내밀한 생활과 관계에도 결정적인 게 분명하지만, 그렇다는 사실은 간과되기 십상이다.(2023.7.24)
불안이 진실된 감정 지표다.(2023.7.27)
청출어람을 두려워하는 스승에게 휘둘려선 안 될 것이다. 때가 되면 예의를 갖추고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2023.7.28)
자신이 원하는 바를 남이 원하는 바인 것처럼 꾸며서 자기 욕망에 대한 책임마저 떠넘기는 건 더더욱 비겁하다.(2023.7.30)
나는 어떤 차별도 피해의식도 없이 몇몇 다른 인종의 친구와 인종 관련 농담을 주고받는다. 왜 안 되겠는가?(2023.7.31)
누군가 자신의 허물을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당신에게 투사하고 있다면 당장 그 관계 전면을 재정립해야 한다.(2023.8.1)
정치체의 바탕이 되는 풍경이 삽시간에 변하는 걸 보면 놀라움과 함께 역시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2023.8.2)
부모의 방임이 그렇듯, 선생이 학생의 자발성이란 명목으로 수업 진행을 방기하는 것 역시 허무맹랑한 일이다.(2023.8.6)
우린 노동과 규율 없인 불안하게 표류한다. 노동의 유연화, 갑질, 착취 때문에 그것들을 회피하게 될 뿐이다.(2023.8.7)
유아적이고 자기애적인 문화에 젖어 사는 이들은 말과 사태를 입맛에 맞게 곡해하는 것에 놀랄 만큼 겁이 없다.(2023.8.8)
피해의식을 권력화하는 보신주의적-자기애적 군중은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미시화된 감시 통치술과 잘 조응한다.(2023.8.9)
합당한 갈등을 무마하는 건 잘못이다. 게다가 타자가 야기하는 부정성은 우리의 성장과 성숙의 조건 아닌가.(2023.8.12)
곤경을 패악질이나 기만으로 해결해온 자는 그 경로의존성 때문에 크게 혼쭐이 나지 않는다면 그 짓을 반복한다.(2023.8.13)
돈, 학벌, 외모—한국인의 비교의식의 3대 축—에 대한 담화에선 지배 계급보다 소시민적 선동가들이 주역이다.(2023.8.18)
범죄에 대한 과장된 공포감과 불안감을 조장하는 일부 "진보"는 그 보호자인 가부장적 국가 권력과 공모한다.(2023.8.18)
좌파도 법과 질서를 수호할 줄도 알아야 하는 건 물론인데 하물며 그것들을 남용한다면 정나미가 떨어질 수밖에.(2023.8.19)
문제적인 어떤 전제를 기만적으로 정립하고 자연화하는 것이 가스라이팅이나 이데올로기의 기본적인 작동 방식이다.(2023.8.22)
군중에게 있어 반성, 진실, 설득, 근거는 평균성, 억견, 묵계, 상투어에 의해 밀려난다.(2023.8.23)
우리는 항상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말하게 된다. 어떤 진리는 그 과정에서 불쑥 솟아난다.(2023.8.24)
개념과 그 번역을 등한시하면 그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개념의 혼란 때문에 초래되는 정치적 난맥상을 보라!(2023.8.25)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은 정치적으로 문제적인 말을 일말의 고민도 없이 해버려서 상대를 당혹스럽게 한다.(2023.8.26)
한국의 빠른 시스템과 치안 질서는 한국인의 내면에 새겨져 서로를 옥죄는 관료주의적 집단주의의 효과다.(2023.8.27)
모든 사람이 머리가 빠지니까 그 모두를 대머리라고 부르겠다는 사람의 오류를 지적하는 건 별 효과가 없다.(2023.8.28)
폭력성—이것이 어떤 형태이든 간에—이 존재하지 않는 저항 행위는 환상이며, 무엇보다 위선적이다.(202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