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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un Cho Dec 11. 2018

일단 지구를 떠나 보기로 했다.

영국워홀의 기록 1장


오늘도 어김없이 8시 30분에 맞추어서 공동 부엌의 문을 열었다.

나는 Morning!이라 하며 아침을 친구들에게 알린다. 

프랑스에서 온 Yumi, 독일에서 온 Tabea, 영국친구 Udit, 잘츠부르크에서 온 Sabina, 뉴욕에서 온 Amanda, 맨체스터에서 온 Yasmin, 스웨덴에서 온 Heikki 모두가 나를 반긴다. 커피포트를 작동시키고 토스트기에 빵을 두 조각 넣은 뒤 기다린다. 그리고 영어 듣기 시간이 시작된다. (good morning이라 쓰고 morning이라 발음한다.)

Workaway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는데, 많은 서양인들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나 또한 Workaway를 이용해서 이곳에 각지에서 온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장소마다 일의 여건이 다른데, 나의 경우는 9시부터 3시까지 평일 근무를 한다. 주로 가든을 돌보거나, 페인팅, 점심을 준비하는 일을 하고 있다. 

거기에다 11시에 20분간 쉬고 1시부터 2시까지 점심시간이다. 물론 페이는 없는 봉사활동 같은 개념이지만, 숙소와 음식을 제공받는다. 영어를 잘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필수는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영어를 거의 못 알아듣는 친구들도 오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다양한 문화충돌을 경험할 수 있는데 이 또한 나에게는 이곳에 지내는 이유 중 하나가 된다.  스위스 친구와 같이 점심을 먹은 적이 있는데, 내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마시자, 신기한 듯이 나를 바라보며 이런 말을 했다. 

"스위스는 우유를 아침이나 커피 마실 때만 먹는데 네가 그러니까 신기해!” 그러자 옆에 있던 미국 친구 Amanda가 말했다. “너 미국에서 왔니? 그거 아메리칸 스타일이야.”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 들고 아침, 점심 그리고 일하면서 수다 파티를 한다. 물론 나에게는 소중한 영어로 말하는 연습시간이자,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나는 모든 친구들에게 공통적인 질문을 하는데, “너는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니?”라고 하면 굉장히 다양한 대답들을 듣게 된다. 대다수 젊은 친구들은 단순히 다양한 지역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왔다고 한다.

 돈을 벌 수는 없지만, 돈보다 소중한 것들을 얻고 있는 듯한 눈빛들이었다. 

Sabina를 포함한 3명의 친구들은 가족이 있고 자녀가 있는데, 자신의 휴가를 보내려고 혼자 여행을 다니는 중이라고 말하였다. 이 부분에 대하여 솔직히 놀랐지만, 당연하듯이 말하는 친구들을 보며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나 또한 한국을 벗어나 다름을 경험하러 온 여행자라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다름이라는 것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었을 때 자그마한 우유에서부터 시작해서 자녀를 둔 엄마이지만 엄마로서만 귀속되지 않는 친구들까지 보면서, 내가 예상하는 것보다는 대단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들에게는 전업 주부라는 타이틀이 없었다. 그들에게 성으로 구별되는 것은 신체적인 다름 뿐이었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자신 그 자체를 위해 살아가는 그들의 눈빛은 나에게는 강렬했다. 

오로지 헌신으로 살고 있는 부모님들에게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잘 못 되었고, 자신의 삶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는 말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엔 나도 헌신밖에 모르는 부모님을 보면서 '왜 자신의 삶을 살지 않고 똑같은 굴레에서 힘들게 살까?’, ‘방법을 몰라서가  아닐까?’, ‘좀 더 나은 삶으로 향하는 방법을 제시해주면 부모님이 행복해하시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착각인 걸로 나는 결론을 내렸다.

자식으로서 나에겐 힘든 삶처럼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부모라고 불리게 된 그들은 나보다 오래 사회를 경험하고, 이미 성숙된 공동체를 지니고 있었다. 

그게 위태로워 보일지 언정, 그것 자체로 사회를 지탱해오고 있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힘든 일만 골라하신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직업훈련교육센터에서 시행하는 교육을 이수하고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어’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부모님이 행복하게 세월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문득 나는, 좋은 직장을 가지게 되고 편한 생활을 향유하게 되는 것이, 행복하게 세월을 보내는 방식이 아닐 수 도 있다는 관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이 현재를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다름'이라는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주제로 인해 부모님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다름을 인정하고 내 주변에서부터 무엇이 나를 익숙하게 만드는지 찾아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지만 가끔은 여행도 자주 다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돕는다. 그들이 더 행복해한다고 내가 느끼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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