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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se Jul 06. 2022

아메리칸드림

American Dream

이민 온 사람들로 만들어진 미국, 아직도 아메리칸드림이 있을까. 미국에서 가장 추운 주인 미네소타 주에서 학부 유학 생활을 할 때, 영문학 (English) 수업 시간 글쓰기 주제로 처음 접한 기억이 난다. 이렇게 추운 곳에 무슨 드림을 찾아서 황무지를 개발하고 싶었을까, 그 당시 '아메리칸드림'에 대해 공감하지 못했다. 하긴 유럽의 노르웨이, 스웨덴 쪽 사람들은 그 아메리칸드림을 미네소타에 갖고 와서 3M, Best Buy, Cargill, Target, Carlson 등 내로라하는 큰 기업들을 세운 걸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추운 주에 한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 고생하는 걸 보면 장밋빛으로 보이는 '아메리칸드림'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보통 동양인을 보면 중국 사람인지 일본 사람인지 물어보고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경우는 없던 기억이 난다. 당시 한국 유학생들도 손에 꼽았다. 미국에 있는 조금 무식한 애들은 삼성이 일본 브랜드로 알았는데, 일부러 일본 브랜드처럼 마케팅을 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국제학 관계 수업에서 우리나라는 중국 옆에 쥐젖처럼 지도에 찍혀있었다. 


15년 정도가 지난 지금, 미국에서 가장 더운 주인 애리조나에 와서 보니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 한국 음식, 한국 문화, 한국 미용을 좋아하고 한국 위상이 많이 높아져 있었다.  한국에 있었을 때 뉴스로 접했던 K-pop, K-beauty팬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치즈케이크 팩토리에도 코리안스 타일 메뉴를 넣어놓았고, 화장품에 일부러 잘 보이도록 Made in Korea를 앞에 적어놓은 제품들도 있다. 나라밖에 나와 보면 애리조나 주보다 작은 나라에서 여기까지 입소문이 난 거면 대단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그만큼 한국에서는 경쟁이 치열하고 각박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영토도 작고 자원도 없고 사람에 기댈 수밖에 없는 나라에서 열심히 산 결과일까. 살기 편하고, 맛있는 음식도 많고, 총도 없어 밤에 나가도 안전하고,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는데, 이곳에 내가 나와 있는 이유는 '아메리칸드림' 때문일까.


미국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내가 다시 유학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미국의 소프트파워 '교육 시스템'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한국의 입시 시스템에 내가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고, 또 그러한 시스템이 아이의 국제적 경쟁력을 향상하는데 도움이 될까 의문이 들었다. 더욱이 그렇게 공부해도 영어라는 언어 공부를 다이어트하듯이 평생 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아이가 나와 성향이 비슷하다면) 미국 시스템이 더 잘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획일화시키지 않고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전공 등의 큰 결정을 시간을 두고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시스템이 이곳이다. 세 번째는 실제로 한국에서 석사를 하면서 교육의 질과 학교 시설, 연구할 수 있는 자원과 지원의 갭이 너무 큰 걸 경험해버렸다. 어쩌면 미국은 세계 1 등국 가니깐, 당연할 수밖에 없는 얘기일 수도 있다. 한국에서 산다면 그 안의 문화에 맞춰진 교육 시스템일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저러한 이유로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유학길에 오른다. 


2020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많이 받은 유학생 국가는 중국, 인도, 한국이다 (Nietzel, Oct 13,2021, Forbes). 인구가 약 14억 명 (2020년 기준) 정도인 중국과 인도와 비교하면 약 5천백만 명(2020년 기준) 인구의 나라에서 3위를 차지한 거다. 한국의 교육열이 대단하다고 봐야 하나, 아니면 한국에서 공부하느니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는 게 이런저런 이유로 더 낫다고 생각해야 하나. 한국이 그래도 살기 좋은 나라이기 때문에 졸업을 하고 다시 돌아가는 학생들도 예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 학생 비자로 정착하기 어려운 이유, 미국 경기의 침체 등 다른 외적 요인도 있겠지만 말이다. 한국이 살기 좋아서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예전의 '아메리칸드림'과 달라 보인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메리칸드림'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단점을 아는데도 말이다. 내 마음 같지 않게 아이가 한국에서의 생활을 너무 좋아하고 미국의 'ㅁ'도 싫어하는 상황인지라 말은 못 꺼내지만, 언젠가 한번 정도 알게 되겠지. 아이도 독립된 인격체이기 때문에 좋아야 올 수 있는 거다. 그동안 조기 유학이 점진적으로 줄 수밖에 없던 유학의 단점도 알기에 기다린다. 뭐 어쩌겠어. 아이가 올 때까지 "함께 공부하는 아메리칸드림"은 갖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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