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Finish PhD Diss in One Month
"한 달 만에 박사 논문 끝낼 수 있을까요?" 올해 여러 번 지도교수님한테 물어봤다.
"Yes!" Joris는 언제나 그렇다고 답해줬다. 그래서 졸업 신청을 2월 초에 먼저 하고 데이터 미팅이 끝나고 2월 중순부터 쓰기 시작했다. 포맷을 다 하고 나니 194장이다. 논문을 시스템에 올리고 이제 다음 주 4/11일 발표 심사 (Oral Defense)를 앞두고 있다.
논문 쓰면서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원래 이렇게 괴로운 건지, 어떻게 하면 오늘도 마음을 다잡고 글을 쓸 수 있는 건지 등 무한 반복 질문을 하면서 썼다. 써보니깐 인문 사회과학 분야 박사 논문 한 달 만에 마칠 수 있었던 방법이 있었다.
1. 잘하려고 하는 생각을 내려놓고 그냥 앉아서 쓴다.
논문 쓰기는 엉덩이 힘이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한글자라도 써진다. 이게 힘들다. 나와의 싸움이기도 하다. 그래도 한국에서 고3 수능을 치러봤다면 해볼 만하다. 우선 쓰고 나중에 고치더라도 챕터 진도를 나가는 게 중요하다. 다 쓴 논문이 좋은 논문이다.
2. 연구방법, 결과부터 쓴다.
논문 구성은 대부분 비슷하다. 챕터 1 (Chapter1)는 도입 (Introduction) - 이 연구에서 뭘 다룰 건지에 대한 소개, 챕터 2(Chapter2)는 선행연구조사 (Literature review) 왜 이 연구가 필요한지에 대한 이야기와 연구 질문 (Research questions), 챕터 3 (Chapter 3)는 연구방법 및 결론 (Methods & Results) - 보통 연구방법과 결론을 다른 챕터로 나누긴 하지만 나는 질적 연구에다가 Phase 1 & 2 두 번의 구성으로 나눠 진행했기 때문에 한 챕터에 썼다. 그래서 연구방법을 어떻게 디자인하고 실행하고 분석했는지,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한 이야기, 챕터 4 (Chapter 4)는 논의 (Discussion) - 찾은 결과가 기존 연구와 비교해서 어떻게 같거나 다른지, 어떻게 참신한지 이론적, 실무적으로 기여하는지, 연구의 제한점은 뭔지, 향후 연구 방향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얘기해 준다. 챕터 5 (Chapter 5)는 결론 (Conclusion) - 주요 결과 (Findings)에 대한 코멘트로 마무리한다.
미국 인문사회과학계열에서 박사 과정을 듣고 있다면 ABD(All but dissertation) 박사학위 후보자가 되었을 때 연구제안서 (Prospectus)를 쓰면서 대략적인 챕터 1, 2, 3의 일부를 썼을 것이다. 논문을 마무리하기 시작할 땐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마쳐진 단계이기 때문에 챕터 3 연구 방법과 결론부터 시작한다. 나중에 선행연구 부분을 수정하면서 논의 부분을 같이 쓰면 빠르다. 어차피 논의 부분에 선행연구 리뷰를 비교해 가면서 써야 하는데, 예전에 써놓은 거라 기억이 잘 안 날 수도 있다. 또 연구 제안서보다 논문 쓸 때는 더 많은 자료가 추가되기 때문에 선행연구와 논의를 한 주에 엮어서 썼다.
3. 주간별 목표를 현실적으로 잡는다.
세부 목표를 세울 수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 한 주당 끝내야 하는 챕터를 대략적으로 계획했다. 지도교수님 리뷰와 수정이 있기 때문에 마지막 2주는 수정하는 기간으로 두고 거꾸로 계산했다.
4. 세부 목표는 목차 옆에 날짜 적는다.
목차를 별도 화면에 띄어 놓고, 오늘 써야 할 목차, 쓰고 있는 목차, 그리고 다 쓴 목차 색깔을 다르게 하이라이트로 칠한다. 시각적으로 표시를 하면 진행에 도움이 된다. 다 써놓은 목차를 보면서 뿌듯해하고, 써야 할 목차를 보면서 마감일의 조급함을 느낀다.
5. 매일 쓴다.
일어나면 글을 쓴다. 한 달 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글을 썼다. 중요한 건 중간중간 휴식을 꼭 취해야 한다. 하루 종일 집중 하기 정말 어려운 건 당연하다. 특히나 글쓰기처럼 창작 영역은 더 그런 거 같다. 하루종일 논문을 쓰는 건 불가능했다. 내가 할 수 없는 건 받아들인다.
산책시간도 중간에 넣고, 밥도 먹고 한 시간에 한 번씩 스트레칭도 했다. 대신 매일 써야 한다. 그래야 생각의 맥락이 끊기지 않고 기억날 수 있다. 나는 아침형이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글을 썼고, 저녁에는 더 이상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쓰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있고 싶어서 누워서 유튜브를 보기도 했다. 이럴 때 드는 죄책감도 내려놓았다. 왜냐면 하루종일 집중하면서 지루한 논문 쓰기, 그것도 영어로 쓰는 게 어려웠기 때문이다.
6. 잠은 푹잔다.
글 쓰는 건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이다. 창작이기 때문에 컨디션이 중요하다. 잠자는 시간은 무조건 확보했다. 그래야 글 쓸 때 집중할 수 있었다.
7. 글쓰기가 막히면 산책한다.
글 쓰는 게 막힐 땐 몸을 써야 한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나가서 걷거나 정리를 하거나 다른 걸 한다.
8. 동기 부여가 조금 떨어지거나 무기력이 오는 거 같으면 환경을 바꾼다.
나는 대부분 집에서 글을 썼는데 새로운 챕터를 들어갈 때 너무 앉아서 하기 싫으면 커피숍을 가서 한두시간이라도 앉아서 시작이라도 하고 왔다. 일단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조금은 수월하다.
다 쓸 수 있을까로 시작했는데 시간이 가면 다 쓰여있다. 그 과정은 나와의 싸움이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과정이다. 글 쓸 땐 어서 학위를 얻고 졸업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썼다. 졸업을 신청해 놨기 때문에 대안도 없었다. 논문을 쓰는 기간 중에 Post-OPT (유학생 비자를 가지고 졸업을 한 후 미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취업 허가증) 카드도 나왔다. 무조건 졸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컴퓨터 스크린에 2024 Spring Academic Calendar를 배경으로 해놓기도 했다.
마감 기한이 있는 일은 언제나 끝나기 마련이다. 꼭 끝내야 한다면 마감일을 정해놓고 시작하는 걸 추천한다.
논문을 제출하고 나면 나에게 선물을 주는 시간을 갖는다.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는 보상은 번아웃을 예방한다. 친구와 늦은 생일 축하를 같이 했다. 내가 좋아하는 향으로 만든 캔들 만들기, 맛있는 식사 같이 하기, 친구와 산책하기 같은 잔잔한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