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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se Nov 05. 2021

한국 석사 논문 예심

Inhumane vs.  take for granted

한국 대학원과 미국 대학원을 동시에 다니고 있는 나로서는 이번 학기에 제대로된 냉탕과 온탕을 경험하고 있다. 교수들이 어떻게 학생들을 대하는지 직접 듣고 말하고 경험하고 있다. 

미국 박사 과정은 석사 없이 들어올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간혹 모를 수 있는데 가능하다. 

석사 학위가 없으면 석박 통합처럼 동기들보다 학점을 더 많이 들어야할 수 있는데 (33학점 정도?!) 

한국에서 석사 학위를 딸 계획이라면 학위 없이 박사 과정 들어와서 첫학기안에만 졸업하면 된다.

나는 석사 학위를 논문만 남긴채 박사과정을 시작해서, 결국 나의 첫학기는 박사과정 시작이자 석사 과정의 마무리 논문 시간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일을 하고 있어서, 일반 대학원이 아니라 특수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특수대학원은 시험을 봐도 좋고, 논문을 써도 좋다. 나는 논문을 꼭 써야하는걸로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시험 보는게 속편하다. 이미 졸업을 못하고 와서 시험은 대면으로 봐야하니, 비대면인 논문 트랙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틀 전 한국의 논문 예심은 날카롭고 가혹하고 아팠다. 

뭔가 내 연구가 가치가 없고, 나는 논문을 쓸 수 없는 사람인가 같은 자괴감을 주기도 한 그런 시간이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예심 후에 새로 다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시간적 여유가 적어서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우울감이 엄습했다. 더욱이 드는 생각은, 단 한번이라도 제대로된 지도를 받고 비난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메일을 보내면 답변을 받기가 어려웠다. 지도는 하늘에 별따기다. 학비는 내가 내는데 왜 지도는 받기 어려울까? I am literally begging for the advice!!

일을 할 땐 내가 돈을 받으니깐 클라이언트에 맞추는데 이건 돈도 내고, 내가 맞춰야하는거다. 

그렇다면 이건 학위 구매를 위한 건가?

물건 구매도 감정 노동은 안들어가는데 이건 감정 노동까지 덤이다.


그 와중에 내가 이 곳에서 언제든지 손만 뻗으면 (이메일 답변은 총알수준이다) 받을 수 있는 미국 교수님들의 지도에 기대게 되었다. 답변이 없는 일주일간 그분들의 조언을 얻었다. 그들은 지도는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박사 과정은 심지어 모두 장학금이다. 유학생이니깐 결국 생활비Stipend까지 해서 1년에 5만불 정도를 나에게 투자해주고, 5년이니깐 25만불을 나에게 써준다)


그리고 예심, 이론적 배경은 물론이고 데이터 측정방법 통계 결과 다 엉터리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동안 조언을 받았던 미국 교수님께 결과를 공유했다. 그리고 A4지 두장에 내 연구가 얼마나 가치있고, 그동안 노력해왔는지에 대한 답메일을 받았다. 정말 너무 감동했다. 그리고 단지 석사 논문에 그렇게 가혹한 비평과 비인간적인 처우에 대한 견해도 같이 전달받았다. 이건 뭐 정말 냉탕과 온탕이다. 


They call it as inhumane, but we see it as take-for-granted.

우리가 대학원 석박과정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비평과 비난, 억압이 미국에서는 비인간적이며 학생들의 부정을 야기시키는 행동이라고 말해주었다.


"They cannot expect you to do a completely different study because there was a collinearity issue in the regression analysis. Is that their standard procedure for every student that they advise?  This must have happened to other students before and I cannot imagine that they told those students to write a completely new thesis.  That is inhumane and I would argue that it encourages academic dishonesty among students. 


As you can see, I feel VERY strongly about this. I have almost a decade of experience in conducting survey research on two different continents, in multiple languages, so I am really confident that this study is solid."


이메일을 모두 통째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가장 감동받은 부분은 이 곳에 남겨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을 기억하며, 나는 앞으로 절대 권위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이다. 주변사람들에게도 말했다. 내가 혹시라도 박사 과정을 마치고 그 자리의 기분에 취해 권위를 부린다면 꼭 말해달라고. 

이메일 받고 감동받아서 운 것도 처음이다. 사람의 진심은 국경과 언어를 넘어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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