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솔직해지기

Create a Space to Share Vulnerability

by Pause

박사 과정을 시작하고 나서 한국에 한동안 들어가지 않다 보니, 간혹 한국에서 지인들의 연락이 온다. 카톡으로 주로 오는데 힘들거나 남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한 번씩 얘기하곤 한다. 혹자는 내가 미국에 있어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할 수 있는 창구라고 한다.


한국은 사회가 비교적 좁아서 경쟁이 치열하고 비교를 하기도 비교를 당하기도 쉽다. 나이와 업무 경력에 따라 성취해야 할 길을 정해놓은 암묵적 기준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면, 언제쯤이면 결혼을 해야 한다던지, 취업을 해야 한다던지, 어느 정도의 집에 살아야 하는지 등 말이다. 시장이 작아서 열심히 노력을 기울인 것에 대한 보상이 적을 수 있고, 그러다 보니 열심히 달리다 번아웃이 오는 등 심적으로 지치기도 쉽다. 개인적으로는 이곳에 와서 마음이 편하다. 한국인의 근성과 성실함 (conscientiousness)은 미국에서 특히나 눈에 띄게 발현되는데, 시장이 넓다 보니 좋은 기회와 결과를 만들어 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좀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달리는 삶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곳에서 누군가에게 나의 약한 부분을 공유한다는 것은 조금은 낯설고 어려운 일일 수 있다. 그래서 타지에 있는 나에게 털어놓는 지인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이곳에 와서 "Vulnerability" (취약점)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의 약한 부분을 깨닫기,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나 사람 만나기를 권한다. 하지만 이곳도 마찬가지로 직장이나 학계에서 약한 부분을 공유하기란 쉽지 않다 (I would not romanticize here, the Western culture. Almost every system has politics.) 그래서 우리는 제3자인 정신 상담자를 찾아서, 나의 감정을 털어놓을 사람에게 비용과 시간을 지불한다.


그래도 내가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부분에 감정이 소모되는지, 내 지금 상태가 어떤지 솔직하게 바라보고 알 수 있는 점은 필요하다. '잘 될 거야', '할 수 있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긍정적으로'라는 말이 내 상태에 따라서 자기 긍정 확신 (Affirmation)이 될 수도 있고 억지 긍정 감정 (Toxic positiviness)가 될 수도 있다.


내 감정이나 현재 상태가 긍정을 받아 들 일 준비가 안되어 있다면, 현재 그대로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억지 긍정은 또 다른 독(Toxicity)이 될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내 감정과 상태를 받아들이기.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것.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에게만큼은 약한 부분을 솔직하게 볼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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