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8월 13일은 아이 생일이다. 올해 15살이 되는 아들.
이맘때쯤 되면 한국에 있는 아이 생일날 함께 있어주지 못해서 기분이 조금 다운되고 마음이 불편하다. 멀리서 해줄 수 있는 건 간혹 안부 문자와 용돈, 미국에서 보낼 수 있는 작은 선물들이 전부이다.
사춘기 아들은 이전의 아들과 다르다. 언제나 함께 붙어 다녔던 아이였지만, 이제는 독립된 아이이다. 성장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문자나 편지를 보낸다고 해서 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1이 안 없어지는 '안.읽.씹' 카카오톡 메시지도 흔하다. 용돈 보내면 고맙다는 답톡이 온다. 아이의 안부는 주로 엑스를 통해 듣는다. 우리는 헤어진 후에도 서로 아이의 엄마 아빠로서의 역할을 존중하고 아이에 대한 일에 대해서 대화를 한다. "그래, 건강하게 잘 크고 있고, 친구들과 잘 지내고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는 거에 감사해야지."
미국에서 박사 유학 결정에 가장 큰 이유는 성장하는 아이와 함께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이곳에 올 때쯤 친구와의 함께 보내는 시간이 소중한 아이는 한국에 있는 걸 선택했다. 많은 상담과 주변의 조언을 듣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후 힘들게 한 결정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아이의 의견을 존중했을 것이다. 미국에 와서 공부하는 게 말도 안 통하고 친구도 새로 사귀어야 하는 상황인데 아이 자신이 동기 부여가 되지 않고 좋아하지 않는다면 너무 힘들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삶은 한국과 비교하면 너무나 지루하고 재미없다.) 하지만, 언젠가는 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나는 이곳에 자리를 잡고자 한다.
부모의 역할 중 하나는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걸 생각해보지 못한 아이에게 하나의 옵션을 더 주면서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비교를 할 수 있었다. (박사 유학을 미국으로 나오게 된 계기도 되었다.)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고등 교육 (Higher education)은 미국 교육 시스템을 추천해주고 싶다. 자원 (Resource)의 차이 때문이다.
자원은 하드웨어가 될 수도 있고 소프트웨어가 될 수도 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시설이 너무 잘 돼있다는 점. 공부를 하고 싶으면 치열하게 도서관 자리를 잡으러 아침에 가지 않아도 된다. 주립대 도서관을 통해서 원하는 자료들과 각종 유료 저널, 신문 기사, 책 등을 볼 수 있다 (미국 전역에 도서관 연결이 되어서 다른 주에서 책을 주문할 수도 있다). 캠퍼스 안에 운동 시설도, 미술관도, 상담 서비스도 잘되어있다. 아! 한국 대학이 월등한 하드웨어는 학식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더 비싼 가격에 피자 한 조각 정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웨어는 대학을 다니면서 혼자 공부할 수 있게 되고,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 생각을 표현 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다. 학원도 없고 자격증을 딸 이유도 없다. 스스로 전공 과정에 집중해서 졸업까지 스스로 계획하고 공부하게 된다. 강의 위주의 수업도 있고 토론이 있는 수업들도 있다. 교수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부분 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분위기이다. 영어를 배운다는 점 외에도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런 걸 경험했던 나는 아이에게도 이런 경험을 주고 싶다.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되었던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올 그날을 기다리면서, 이곳에서 자리 잡기 위해 열심히 하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거 같다. 어찌 보면 아이 덕분에 내가 미국에 박사 유학을 오게 된 걸 수도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집중해서 빨리 졸업할 수 있게 달릴 수 있는 큰 동기가 되고 있다. 작년 겨울 177cm로 훌쩍 큰 아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많이 났다. 올 겨울에는 180cm가 넘는 아들을 보게 될 것이다. 올 겨울에는 작년보다 조금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