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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wang Yoo May 23. 2017

청년농부, 집 짓기_코부기프로젝트

청년농부를 꿈꾸는 청년의 1,000만원으로 DIY 집짓기. 



2016년 6월. 코부기 프로젝트의 시작 _ 코부기 1호를 짓기 시작하다.

 코부기프로젝트는 자취방 보증금으로 집을 짓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4년전 처음으로 농사에 관심을 가졌었다. 관심을 가지고 1년뒤 세계의 농부/농장/공동체/농업기관을 찾아다녔다. 농업, 식량, 생태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배우기 위해 떠났었다. 동시에 나와같이 농촌에 연고지가 없는, 기반이 없는, 농사를 시작할 토지와 주거지, 기초자금을 가지고 있지 않은 세계의 청년농부들은 어떻게 농사를 시작하는지 생계를 유지해가는지 궁금했다.

 어떻게든 답을 얻어오고 싶었다. 나도 '내 농장'을 갖고 그곳에 집을 짓고 농사를 짓는 삶을 살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밤이고 낮이고 컴퓨터를 두드려야하는 일보다 햇빛과 달빛과 바람과 노을지는 모습을 느끼고 구경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동시에 한국의 청년들에게 농부라는 직업이 우리가 주입받아 왔던 것 처럼 마냥 힘든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자신의 지향점이나 욕망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그러나 시작도 하지 못했다.

 2년간 여행을 다녀와서도 내가 가진 것은 학자금대출금이라는 빚이 전부였다. 상황은 여전했고 농부가 되기위해 당장 내가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 고민속에서 나온 생각이 '집을 짓자' 였다. 그것도 '자취방 보증금 500만원으로 집을 짓자였다.' 건축과 관련된 책과 목조주택학교 그리고 내가 존경하는 건축가 범주샘을 만나 여러가지 조언을 얻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 지금 내가 가진 주장과 지식과 실력으로는 500만원으로 집을 짓는건 불가능하다. 라는 결론이 나왔다. 내가 짓고 싶은 집은 경량목구조다. 흙집이라면 500만원에도 가능할듯하나 목조주택의 자재비만해도 1,000만원 정도는 필요했다. 그래서 조금 더 제한을 늘리고 1,000만원이라는 돈으로 집을 짓기로 했다. 이상도 좋으나 집이란 것은 안전이 필수적인 것이기때문에 타협하기로 했다.

 500만원으로 짓기로 했을 땐 내 자취방 보증금을 빼서 텐트에 살면서 지으려했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코앞건설 대표님이신 범주형님께서 1000만원을 투자해주시기로 했다. 그리고 건축에 관한 많은 것들을 과외시켜주시기로 했다. 그게 2016년 6월. 

 사실 집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것은 4년전 농사를 짓겠다 결심했을때부터였다. 그 이후 꾸준히 친구들이 집을 짓는다고 할때마다 일을 도우며 틈틈히 집짓는 것을 배워왔었다. 태국, 인도에서 잠깐 집짓는 워크숍에 참여했다. 2016년 1월엔 꿈이있는 집 대표님이신 경식형님이 운영하시는 지리산목조주택학교에서 집짓는 것을 배우게 됐다. 이곳에서 수업을 들은 후 집을 지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범주형님을 만나게 됐다.

 범주형님께 과외를 받으며 틈틈히 여기저기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됐다. 조적, 미장, 페인팅, 타일, 철거, 용접등등 코앞건설에서 짓는 주택현장에 일당을 받아가며 일을 배웠다. 현장에서의 수업과 동시에 사무실에선 설계하는 방법을 배웠다. 집에 대해서 배우고 그 집이라는 공간에 사람이 들어가 살게되면 어떻게 구조를 배치해야하는지 배웠다. 실무적인 것들은 강소장님께 여러가지 배움을 얻었다.

 그리고 2016년 9월 4일 코부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3개월간 현장에서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고 기술을 배우고 코부기 설계를 한 뒤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엔 아는 동생 성게와 둘이 시작했고 아는 동생 두승이 제주에서 합류하게되어 두승과 함께 했다. 이후 다인누나가 작업을 도와줬다. 범주형님과 강소장님께서는 뒤에서 든든한 자문, 조력자가 되주셨다. 


 우린 필요할 때 마다 노가다현장에서 일을해 일당으로 생활비를 하고 기술을 배웠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기술자분들께 전화해 물어보았고 찾아와서 가르쳐주시면 안되냐 여쭤보았다. 집 한 채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은 기성세대의 따뜻한 가르침과 관심이었다. 그분들에게 우리 코부기팀은 지켜보고있으면 재미있는 청년들이었고 기성세대는 지혜와 지식을 나눠주는 삼촌이자 아버지였다. 


 기초, 골조, 전기, 수도, 배관, 단열, 페인팅, 바닥, 수납장, 가구, 방수, 화장실, 전자제품, 외장마감, 데크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시공했다. 집을 짓기 전 전국의 청년농부 친구들에게 연락해 어떤 집에서 살고싶냐고 물어보았다. 그들의 목소리를 집 안 구석구석에 담았다. 모든 동선을 편리하게 하려고 고려했고  사용자의 특성을 담았다. 가구나 전자제품의 사이즈를 조사해서 공간을 다시 잘게 배치했다. 이렇게 디테일하게 조사하고 배치한 이유는 사이즈가 6평+2평 넘짓한 다락이라는 공간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이 너무나 즐겁고 값진 경험이었다. 

 나는 이 코부기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한국 청년농부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주거와 토지를 제공하고 소비자와의 연결을 도와주는 회사&단체를 만들고 싶다. 내 30대의 꿈이자 내가 원하는 내 삶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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