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지 Jul 04. 2024

액땜의 글

   순식간이었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자전거와 충돌한 뒤, 손에 쥐고 있던 강아지 리드줄이 자전거 바퀴로 말려 들어갔다. 리드줄 끝엔 내 강아지가 있는데. 큰일 났다. 그 짧은 찰나에도 나는 필사적으로 줄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결국 난 자전거에 끌려가느라 손바닥과 손등, 팔꿈치, 무릎에 부상을 입었다. 그래도 내 비명소리 덕에 자전거는 곧 멈췄고 강아지는 다친데 하나 없이 무사했다. 천만다행이었다.


   어젯밤 9시 10분쯤, 강아지와 산책을 하겠다며 집을 나선 지 오분도 채 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사고가 난 장소는 아파트 단지 안. 자전거 주인은 중학교 1,2학년생 정도로 돼 보이는 앳된 학생이었다.


   학생에게 다치진 않았나 물어보고 나서, 단지 내에서는 너무 속도내서 달리지 말라고 조언을 한 뒤 집으로 들어왔다. 그제야 손바닥, 그리고 팔과 다리에서 흐르고 있는 피를 발견했다. 얼른 소독과 응급처치를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길, 고난도의 미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왼쪽 손바닥을 심하게 다쳐 붕대를 감고 있는 바람에 오른손 한 손으로만 출근 준비를 해야 했던 것이다.


   한 손으로 샤워하기, 한 손으로 머리 감기, 한 손으로 머리 말리기 등, 양손으로 하던 걸 한 손으로 하니, 시간이 두 배가 넘게 걸렸다. 하루아침에 나의 왼손은 실직 상태가 되었다.


   항상 그렇다. 불편해져 본 후에야 그것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그러나 깨달았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거나 늦은 후인 경우가 많다.


   기후 분야에서 ‘티핑포인트’란 용어가 있다. 기후 시스템이 외부 환경에 따라 점진적으로 반응하다가 어느 순간 작은 영향에도 급격하게 변화하는 임계점을 가리키는 말이다. 작은 변화들이 쌓이다가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하는 단계를 의미하는데, 즉, 되돌릴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지구는 우리에게 충분히 많은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불편해야 한다. 불편하여 티핑포인트를 넘기기 전에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밟아야 한다.


   7월 들어서 뉴스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안 좋은 소식이 많이 들리는 것 같다. 내가 어젯밤 겪은 사고가 액땜이길 바라며, 적어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은 남은 7월 동안 기분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할머니를 떠나보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