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무수히 많은 이별이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쩌면 우리는 이별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무엇으로부터 이별을 할지, 어떤 방식으로 이별할지, 어떤 마음으로 이별을 고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 사실을 이해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별을 이겨내야 할지.
내게도 살아오는 동안 숱한 이별이 있었다. 그것이 사람이 되기도 하고 말 못 하는 짐승이 되기도 하고, 말이 없는 물건일 때도 있었다. 그중 가장 아픈 이별은 가장 가까이 애정을 나눈 이었고 그만큼 이별의 깊이도 깊었다. 그와 반대로 가벼운 이별도 있었다. 그런 이별은 대게 큰 의미가 없기도 하며 상처가 금방 아물었다. 때로는 시간의 흐름 속에 자연스레 잊히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살아오는 동안 이 많은 이별 속에서 내가 ‘이별’이라는 단어를 알기도 전 내 기억 속 ‘최초의 이별’을 준 이가 있으니 그게 바로 당신이다. 당신이 준 이별은 당신에게만 줬던 나의 사랑을 멈추라는 신호도 없이 그렇게 왔다. 돌아올 수 없는 것들은 많아졌고 기대할 일도 기다리는 일도 더 할 이유도 없게 만들기 충분한, 그런 이별을 나는 당신에게 배웠다.
‘당신에게도 이유가 있겠지’라고 어렴풋이 커가며 그렇게 살았다. 그랬기에 원망도 미움도 그리움도 하다못해 ‘안부’마저도 없는 것을 당신에게 탓하지 않았다. 그저 믿지도 않는 신에게 나에게 왜 이런 삶을 주셨냐고, 나만 이런 걸 감당해야 하느냐고, 이별 하나에 모든 것이 바뀌는 내 삶이 오롯하지 않다 여기며 대답 없는 이에게 따질 뿐이었다.
당신과의 이별이 내게는 가장 최악이었지만 그렇다고 내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내 온 정신을 헤집고 다니진 않았다. 불행하지만은 않았다. 당신이 없어도 나는 행복할 수 있었고 사랑받을 수 있었고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고 나는 그런 사람임에 행복할 수 있었다. 당신에게서 배운 게 하나 있다면 이별의 가장 올바른 방법이 무엇 일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는 성찰의 시간과 당신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만물과의 이별에 나도 함께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엔 무수히 많은 이별이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쩌면 우리는 이별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무엇으로부터 이별이 올지 모른다. 다만 그대가 앞으로 어떤 이별을 준비하든, 이별을 받아들이든 하나만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대에게 그 이별이 당신과 이별받는 이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이겨낼 힘이 있고 일어설 수 있으며 떠나보낼 수 있고 그리하여 웃을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