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필 구상을 위한 목적 독서에 지쳤을 때 의도적으로 힐링을 위한 독서를 한다. 나에게 힐링 독서는 대체로 가벼운 에세이다. 최근, 황보름 작가의 <단순 생활자>를 읽고 있었다.
100분은 하루 중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이 시간들이 겹겹이 쌓이면 이 또한 피로감이 돼버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고삐를 풀어버리면 이 텐션을 다시 되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럴 때 좋은 게 틀은 크게 벗어나지 않되 그 안에서 힐링을 하는 것이다.
<단순 생활자> 에세이에는 작가님의 단순하고도 단조로운 일상이 소개된다. 그녀는 자신에게 가장 짜릿하고 설레는 순간을 분위기에 취하고 싶어 야밤에 끓여 먹는 라면이라고 언급한다. 나는 그 설명에 매우 동조를 하게 된다. 나 또한 작가 생활을 하면서 단조로워진 일상 탓에 조금만이라도 틀을 벗어나면 해방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황보름 작가가 야밤에 라면을 끓여 먹는 상상을 하면서 미래도 같이 꿈꾼다. 언젠가는 나도 그녀처럼 사소한 일상을 살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녀의 에세이는 마치 미래의 나 자신이 써낸 일기장 같다. 얼굴도 모르는 그녀를 통해 작은 소망을 품으며 오늘도 단순한 글노동을 이어 본다.
나는 사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 싫었다. 요리가 그랬다. 뱃속으로 사라지게 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과 애정을 쏟아부어야 하는 과정이었다. 그것보다는 너덜너덜 해지더라도 오래도록 남는 책이 좋았다. 비록 책이 나의 추위와 배고픔을 해결해주지는 못해도, 마음을 울리는 게 좋았고 그걸 평생 간직할 수 있는 게 좋았다. 이왕이면 기록이 남는 게 좋아서 가끔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대화를 메모하기도 했으며, 나의 생각들을 그때마다 기록했으며, 기도를 일기처럼 적기도 했다. 단순한 흔적들이 나중에 어떻게 쓰이는지 보고 싶어졌다.
나는 오늘도 먹어 치우는 것보다 써내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이다. 이렇게 보면 들어가는 것에 비해 나오는 게 많으니 가성비가 좋은 것 같기도 하다. 일단은 연비가 좋으니 달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