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 일 때 나도 매일 노동의 맛을 느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매일 아침 피곤하지만 사원증을 목에 걸고 출근할 때, 일하기 직전 핸드크림을 바르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 노동의 맛을 느꼈다. 또 뭐가 있을까.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코트를 벗어 에어드래서를 넣으면서 노동의 맛을 느꼈다.
사소하지만 반복적인 루틴을 통해 노동의 보람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순간은 찾아보면 꽤 많았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전향 후 한동안 노동의 맛을 잃었었다. 감각적으로 노동을 느낄만한 요소가 많지 않았고, 무언가를 하고 있어도 더 해야 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빠졌었다.
얼마 전, 유튜브 토크쇼에 출연한 강풀 작가님 영상을 시청했다. 나는 한 문장이 내 머릿속에 깊이 남았다.
저는 하루 정해진 분량을 다 쓰기 전까지 집에 가지 않아요. 내일 지우더라도 오늘의 분량은 반드시 채우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글을 쓸 수 없어요.
강풀 작가님은 새벽 4시 반에 작업실로 출근해 무조건 작업을 시작한다고 하셨다. 그런 후, 자신과의 약속 시간이 지나면 그제야 커피를 내리고 고양이 화장실을 치운다고 하셨다. 강풀 작가님의 노동의 맛은 무엇일까?
매일 새벽 4시 반 사무실 의자에 앉을 때일까. 아니면 첫 작업 이후 비로소 맛보는 커피일까, 그것도 아니면 어쩌면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는 순간일까?
분명 작가님께서도 자신만의 반복적인 루틴을 통해 느끼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보람의 증거들이 있을 것이었다. 나 또한 노동의 맛을 느끼기 위해 노동현장을 세팅해 보기로 했다.
나는 요즘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눈곱만 떼고 바로 집을 나선다. 그리고 작업실 대신 기도실로 출근한다. (집 바로 옆이 교회다) 작은 방에 들어가 먼저 말씀을 읽고 기도를 한다. 그런 뒤, 두 시간 동안 소설 작업을 한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 9시-10시 사이쯤 된다. 나 또한 강풀 작가님처럼 첫 작업을 다 끝낸 뒤에야 비로소 일상을 시작한다. 집에 돌아온 뒤 먹는 아침밥은 완벽한 노동의 맛이었다!
앞으로, 노동현장에서 노동의 맛을 진하게 느끼는 작가생활을 이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