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 씨의 그리운 고향

by 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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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 씨는 강원도 양양에서 나고 자랐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홀로 자랐다. 그가 광자 씨와 가정을 이루기 전까지 그에게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고향을 등지고 살았다. 광자 씨와 결혼 후 시작한 수원이 자신의 고향이라 말하고 다녔다. 그러나, 그에게도 마음의 변화가 생기는 시기가 찾아왔다.


연희 씨는 둘째에게 강원도까지 가는 버스가 있냐고 물었다. 지도 어플에서 위치를 검색하자 구불구불 길고 복잡한 경로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노선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가리키며 둘째가 물었다.

“아빠, 이렇게 멀리 가야 해. 세 시간 넘게 걸려. 진짜로 갈 거야?”

연희 씨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저 목적지에 찍힌 작은 점을 바라보며, 옛날 생각에 빠진 듯 보였다. 추울 겨울, 연희 씨는 가족들에게 대뜸 고향을 다녀오자고 말했다. 우리는 난생처음으로 그가 태어났던 고향집으로 향했다.


연희 씨가 태어난 집은 메마른 땅 위에 있었다. 확실하게 대가 끊긴 게 분명했다. 그 땅에는 그 어떤 생명체도 살아 숨 쉬지 않았다. 초가집은 무너져 내린 상태였고, 땅 위에 자라났던 잡초들조차 몸을 수그리고 죽어 있었다.


연희 씨에게 연락이 온건 삼 개월 전이었다. 그의 집이 있던 이 땅이 오랫동안 주인 없이 비어져 있었고, 그제야 그에게 다시 되돌아온 것이었다. 연희 씨에게는 형제가 없었다. 우리는 한 번도 집다운 역할을 하지 못했던 그 땅을 다시 살리는 게 맞을지 고민했다.


“별장으로 쓰면 되겠네”

첫째는 가끔 와서 쉴 수 있게 별장을 짓자고 말했다. 평소에는 사람들에게 게스트하우스처럼 제공을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광자 씨는 반대를 했다.

“돈도 많이 들고, 그 관리를 누가 해.. 차라리 나중에 노년에 귀농하러 내려오면 모를까”

“아빠 생각은 어때?”

둘째가 가만히 있는 연희 씨에게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여기 서울하고 가까우니까 집 지어서 이사오자”


두 딸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고, 광자 씨는 수심 가득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연희 씨의 마음은 꽤나 단단하고 강경했다. 그는 사실 고향을 등진게 아니라 오랫동안 고향으로 다시 되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35년 동안 이 말을 준비했으리라.


“나 올해 정년퇴직 결정됐어. 이제 고향으로 되돌아갈래”

우리 집은 그의 오랜 꿈 앞에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그의 고향귀환은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될 희망이 보였으나,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일은 언제나 그들의 삶에 불현듯 찾아왔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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